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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맛있는 경남

※ 좋아하는 동료들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다니는 회사에서 책을 냈고…. 아무리 되치고 엎어치고 메쳐도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책 <맛있는 경남>을 구입해서 읽어달라는 거야. 사적(私的)·사적(社的)으로 관련 있으면서 괜히 그런 거 없는 척, 객관적인 척 수작부리지 않을려고. 이렇게 솔직하게 깔 거 먼저 까고 이 책 <맛있는 경남>에 담긴 매력을 풀게. 그래도 충분해.




맛있는 경남 @경남도민일보



# 어머니와 광어


2~3년 전이었나? 경기도 부천에 사는 어머니는 멀리 부산에서 아들 가족이 온다하니 나름 분주하셨더라고. 사위와 함께 수산시장에서 광어를 미리 사뒀는데, 광어 한 마리로 두 식구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어. 어머니는 술 퍼마시는 아들과 사위에게 회를 내놓았고, 며느리와 딸, 손자·손녀에게 초밥을 싸줬고, 다음날 물회에 매운탕까지 만들어냈지. 푸짐한 상차림도 좋았지만 광어가 워낙 좋더라. 평생 뱃사람 아내로 산 어머니 눈썰미야 그런갑다 싶기는 했지만….


아니, 장모는 장사하는 사람이 권하는 건 쳐다보지도 않아. 어제 산 광어도 그것보다 씨알도 굵고 값도 1만 원 싼 것을 아줌마가 내밀어도 눈길도 안 주더라고요. 굳이 다른 것을 가리키더니 기어이 그 광어로 담는 거야. 뭐 맛있으니 할 말은 없지만….


사위가 희한하게 여긴 것은 아들이 궁금한 것이기도 했지. 구태여 장사하는 분이 권하는 것을 뿌리치고 담았으면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그 눈썰미에 깔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거냐고?


척 보면 알지 뭐 하루이틀 봤나. 맛있잖아? 맛있으면 됐지.



마산 미더덕. @경남도민일보



# 먹방, 쿡방 그리고 요리


바야흐로 요리 전성기야. 맛집에서 사 먹이는 것 만으로 이제 수컷 사람은 매력을 어필하기 어려워졌어. 그럴듯한 요리 하나 만들어 낼 줄 아는 게 기본 소양처럼 돼버렸지. 게다가 TV에서는 "요리 쉬워요, 쉽다구요"를 끊임없이 되뇌고 있어. 우짜라고! 그런데 과연 요리가 뭘까? 요리를 한다는 게 뭘까?


재료와 양념을 놓고 메뉴얼(레시피)에 맞춰 조립(조리)해서 내놓는 게 요리 시작과 끝이냐 이 말이지. 그렇다면 요리와 레고 조립이 다를 게 뭐냐… 요리를 하기 싫으니까 별 궁금증이 다 들더라고. 라면이나 계란후라이, 떡볶이 같은 거 말고 처음 요리다운 요리라고 시도한 게 고등어 조림 되겠다. 내 나이 32살 때였나? 남자는 부엌 들어오는 게 아니라는 집안에서 자랐거든. 쿨럭!


소자 고등어 조림을 하려 하오니 어무이처럼 맛을 낼 수 있는 양념은 어떻게 만드는지 전수 바라옵니다.


느닷없는 요청에 어머니는 말씀하셨어.


고등어는? 어떻게 손질했노? 구이용 아이가? 찜하고 구이는 다르거든. 무는 어떤 거 쓰노? 양파는? 그 냄비는 쓰면 안 되고….


뭐라 말씀 많이 하셨는데, 그 다음부터는 기억이 나지 않아. 여하튼, 어머니 잔소리는 재료 선택부터 손질, 조리 방법, 그릇 그리고 뒤처리까지 이어지더라고. 그 처음부터 끝까지가 요리라는 거지. 으이구, 그냥 사 먹고 말지.



남해 멸치. @경남도민일보



# <경남의 재발견>과 <맛있는 경남>


<맛있는 경남> 작업에 참여한 남석형·박민국 기자는 앞서 도서출판 피플파워가 발행한 <경남의 재발견> 작업 때 나와 함께 한 동료야. <맛있는 경남>은 어떤 면에서 <경남의 재발견> 스핀오프(Spin-off) 작품이라고 봐도 될 것 같아. ('스피오프'는 있어 보이려구 어렵게 찾은 말이니… 모르겠으면 검색해 줘)


<맛있는 경남>을 읽으면서 당연히 <경남의 재발견>과 비교할 수밖에 없었거든. 답은 5페이지 정도 읽으니까 금방 나오더라고. <경남의 재발견>은 경남을 20개 시·군으로 나눠 그 지역이 지닌 자산을 한 가지 맥락으로 풀어낸 작업이라고 할 수 있어. <맛있는 경남>은 재료 하나에서 시작해 그 지역과 사람, 역사 등을 아우르며 확장하는 작업이더라고. 흩어진 자산에서 시작해 하나로 끝나는 것과 하나로 시작해 널리 퍼진 자산을 모아내는 것. 닮고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닮은 작업 같아.


물론 나는 <경남의 재발견>이 훨씬 뛰어나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지만, 앞으로 많은 사람이 <맛있는 경남>에 손을 들어줄 게 분명해.



진해 피조개. @경남도민일보



# 너님 같은 분은 꼭 읽자!


이 책에서 소개하는 맛 재료는 23가지다. 멍게, 마늘, 갯장어, 전어 등 경남에서 나는 흔히 접하거나 또 그렇지 않은 식재료를 아울렀어. 특히 마지막 주제는 이 모든 맛을 낳은 '지리산 물'인데… 다분히 있어 보이(려)는 접근이라고 생각해.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떤 사람이 읽어야 할까.


1) 요리 좀 해보겠다

모든 요리에서 기본은 당연히 재료 되겠다. 부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께서 아들에게 늘 강조하는 게 재료다. 부실한 재료로 만든 맛있는 요리는 '사기'라는 게 어머니 지론이거든. 재료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를 하고 싶다면 아직까지 이 정도 질을 제공하는 책이 없다고 봐.


2) 요리 못해도 음식으로 꿀리기 싫다

이론이 아무리 받쳐줘도 실전이 안 되는 분 있잖아. 칼질도 안 되고 냄비 뒤집는 것도 안 되고…. 그렇다고 남들 공중에서 손을 흔들며 소금·후추 뿌리고 불질 하는데 멍하게 있자니 가오 빠지고. 걱정 마.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 아니, <맛있는 경남>이 도와줄 거야. 어떤 뺀질한 놈이 파스타를 한답시고 올리브유에 양파를 막 볶아. 그 때 눈을 반쯤 감으며 묻는 거야.


그거 혹시 창녕 양파니? 양파 하면 경남 창녕인데…. 뭐 마트에서도 아마 창녕 거 들여놓았을 거야.


당신 멋져지는 거야. 책 안에는 이런 '꿀팁'이 700쪽에 걸쳐 차고 넘친다고.


3) 인문학적 소양이 고프다고?

잠깐! "23가지 식재료에 녹은 맛과 역사, 사람… 특산물을 길러낸 사람들 삶과 역사, 지역적 특성·배경, 생산 과정, 식탁에 오르기까지 모든 생애주기를 담았다"는 게 <맛있는 경남> 광고 문구다. 앞서 얘기했지만 <맛있는 경남>은 경남에서 나는 맛있는 식재료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아. 책에서 식재료는 경남 이야기를 풀기 위한 마중물 같은 거라고 보면 될 것 같아.


그리고 끝으로…

<맛있는 경남>을 읽으면서 식재료에 담긴 맛 말고… 문장마다 담긴 정성에서 다가오는 글맛, 그림과 사진에서 얻는 눈맛도 빠트리지 말고 맛보길 바랄게. 이제 아래 링크 한 번 누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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