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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사빨

[어사빨](25)인상 펴라

안 하면 나만 조때는 일이 있어.

안 하면 나도 조때고 남도 조때는 일이 있고.

안 하면 나는 물론 남도 아무렇지 않은 일이 있지.



그러면 무슨 일을 먼저 해야겠어? 이 정도면 왜 한동안 '어르신께 사랑받는 좌빨 프로젝트'가 휴업상태였는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했고….


아! 한 가지 더. 내가 지난 3월 인사가 나면서 경남도의회를 출입하게 됐어. 소속도 자치행정부가 됐지. 다른 매체로 치면 '정치부' 정도로 생각하면 돼. 그러니까 정치색이 짙은 썰을 풀다가 느닷없이 정치 기사를 써야 하는 부서로 옮긴 거야. 이것도 예상 못하고 그동안 정치가 어쩌고저쩌고 했으니…. 그래서 블로그를 쫌 쉬었어. 다른 사람들이 그러면 98% '게으름'이지만, 내 경우는 '자기 성찰', '자기 객관화'라고 보는 게 맞을 듯해.



나는 당당해. 꿀릴 게 없다구.


어쨌든 부록 빼고 30회까지 가기로 했으니 다시 가보자.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약속도 잘 지키고 있었군. 괜히 쫄았네.


오랜만이니 쉬운 걸로 하나 할 거야. 제목만 보면 감이 바로 딱 오지? 그래 인상이다. 예부터 늘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나는(사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고민을 하면서 고민이 없는 척 연기도 할 수 없는 순수함까지 갖춘 나머지 인상을 쫌 쓰고 살았나봐. 그런 아들 면상을 볼 때마다 어무이께서는 꼭 한마디씩 하셨지.


이노무 새퀴가! 너가 돈 버냐? 인상 펴라!



어무이는 아들 맘도 모르고….


그때는 아들 세계관을 이해 못하는 어무이 한계라고 여겼어. 그런데 말이야 요즘 어르신 처지에서 우리 좌빨들 표정을 보니 그 말이 쫌 이해가 돼. 세상에 대한 걱정과 불만이 많은 우리 좌빨들은 표정이 대체로 심각하고 어두운 편이야. 새파란 좌빨 꿈나무부터 원로 좌빨 어르신까지…. 그리고 누가 앞에서 뭔가 아니다 싶은 말을 하면 저 표정으로 죽어라고 달려들어. 


그런데, 그렇게 해서라도 어르신들이 '아! 내가 뭔가 잘못 생각했구나!'라고 여기면 땡큐지만 글쎄…. 그때부터 어르신들 사고 구조에서 대화 내용 따위는 사라져. 졸라 건방진 핏덩어리가 자기 잘났다고 인상쓰고 바락바락 대드는 황당한 시츄에이션만 남게 되는 거야. 아! 썽나지. 누가 뭐라든 난 이 나이 먹도록 열심히 잘 살았는데 어디 느닷없이 존만한 새끼가!



물론 이렇게 분노해주시면 땡큐지만….

 

그나마 순수한(?) 우리 좌빨 나부랭이들은 그렇다고 쳐. 문제는 정치 쫌 하겠다고 나서는 분들과 주변 분들이야. 안타깝게도 새누리당 정치인과 야권 정치인 증명사진을 늘어놓고 보면 새누리당 정치인 쌍ㅍ… 아니, 얼굴이 대체로 훨씬 밝어. 전문용어로 '신수가 훤하다'고 하나? 그리고 그런 훤하고 반질반질 번들거리는 얼굴이 어르신들께는 능력과 자신감으로 통해. 환장하겠지만 현실이 그런 걸 어떡해?


그러니까 일단 어르신들 대할 때는 웃어. 웃으면서 할 수 있는 말로 대하는 게 좋아.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리 어르신들이 웃는 얼굴에 침을 뱉지는 않아. 아직까지는 그렇더라고. 저 친구 생각이 깨어있네, 정치적 스탠스가 매우 올바르군… 따위는 감히 기대하지마. 그냥 '인상 좋네' 소리만 들을 수 있도록 애써봐. 그 정도만 다가설 수 있어도 매우 훌륭해. 마침 좋은 예가 있어. 벌써 까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창원지역 어르신들은 오른쪽 얼굴에 두 번 속아… 아니, 설득됐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