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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2017년 11살

가족

to 11살 이예지 양



얼마 전 장난감과 친구 차이를 가르쳐 준 적 있지? 이번에는 가족과 장난감 차이를 말해야겠더구나. 놀고 싶을 때만 하늘이(고양이)를 찾고 평소 방치하며 네 할일을 하지 않는 게 영 괘씸했다. 일단 며칠째 쌓인 똥과 털로 뒤덮인 침대보 그리고 이불을 더는 볼 수 없었거든. 야무지게 나무라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예지, 한 시간 뒤에 네 생각을 얘기해. 네 생각을 듣고 하늘이 키울 건지 말 건지 결정할 거야!"


한 시간이 채 되기 전에 쭈뼛거리며 다가오더구나.


"아빠, 앞으로 화장실도 제가 잘 치우고 하늘이가 제 방에는 혼자 못 들어가게 할게요."

"좋아, 장난감과 가족의 차이는 뭐야?"

"장난감은 놀고 싶을 때만 찾는 거고, 가족은 잘 놀고 서로 잘 돌봐줘야 해요."


앞으로 약속을 가끔 어긴다고 그때마다 뭐라 하지는 않을 거다. 한 가지만 기억하자. 하늘이는 네 장난감이 아니라 우리 가족이다. 물론, 아빠는 그 고양이가 좀 싫다만.



from 자애롭고 꼼꼼한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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