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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라니까

공감

 

 

 

혼자 있던 집에 누나라는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아주 세심하게 관찰하게 돼. 구겨진 옷, 젖은 등, 붉은 볼을 보며 오늘 밖에서 좀 뛰어 놀았다는 것을 알지. 약간 튀어나온 입술, 쿵쿵거리는 걸음, 내려 깐 눈을 보며 속상한 일이 있었다는 것도 알아. 그럴 때면 살짝 몸을 기대거나 꼬리로 훑으며 달래 줘. 공감은 고양이가 지닌 미덕이거든. 인간은 공감을 뭐 대단한 것처럼 얘기하지만 그 시작은 섬세한 관찰이야. 그런 점에서 아빠 양반이 딸에게 공감한답시고 오늘 무슨 일 있었냐고 계속 묻는 꼴을 보면 아주 한심하기 짝이 없어.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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