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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고 아빠 양반, 예리해져. 예민해지지 말고. 배려해. 굽신거리지 말고. 양보해. 빼앗기지 말고. 존경해. 비굴하지 말고. 현명해져. 잔머리 굴리지 말고. 그리고 웃어. 웃기는 놈 되지 말고. 야옹.
고정관념 감기 기운이 있는 네가 약국에서 기어이 검은색 단색 마스크를 골랐다며? 무슨 유행인가 했다. 아니나 다를까. 학교에서 한 친구가 ‘연예인병’이냐며 비꼬았다고? 네 반격이 매서웠더구나. “그거 고정관념 아니야?” 친구라고 가만 있었겠니? 그랬다면 시작조차 않았겠지. “요즘 연예인들 다 그거 끼고 다니던데.” 이미 물러설 단계를 넘어선 상황에서 네 재반격이 궁금했다. “그게 네 고정관념이라고.” 친구 처지에서 참 밉상이었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단다.
배려 별 보잘 것 없는 인간이지만 가끔 대견하다 싶은 게 있어. 바로 배려하는 모습이지. 인간들이 잘난 척하려면 이런 심성을 가꾸고 내세울 줄 알아야 해. 기술이 어떻고 지능이 어떻고 도구가 어떻고 같은 거 말고. 하지만, 역시 인간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게 내가 지켜보면 제멋대로인 인간일수록 더 배려받는 것 같더라고. 오히려 주변에서 쩔쩔매. 아닌가? 배려하는 사람일수록 나중에는 다른 사람들이 그 배려를 당연하게 여겨. 말이 돼? 아빠 양반도 조직생활 한다면서? 제발 배려하는 사람을 더 배려하도록 해. 참 안타까운 게 인간들은 자기에게 잘하는 사람에게 더 큰 상처를 줘. 자기도 모르게. 야옹.
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부 노보-제58호
기대 “주말에 마늘 까야겠네. 간마늘이 다 떨어졌어.” 은근슬쩍 주말 작업량을 툭 던지는 것은 엄마 감독 장기란다. 마침 아빠 앞에는 우리집 일꾼 꿈나무가 앉아 있었지. “이번 주말 예지에게 기대가 커.”“왜?”“마늘 야무지게 잘 까잖아.”“내가 좀 하기는 하지.” 씨익 웃는 얼굴에 담긴 자신감이 참 미덥더구나. 한발 빼도 될성 싶었다. “아빠에게도 기대가 커.”“왜?”“얼마나 엄마를 위하나 볼 수 있잖아.” 속으로 죽어라고 까야겠다 복창했단다.
동시 학교 숙제로 쓴 동시 잘 읽었다. 외할머니를 향한 애틋한 사랑과 고마움, 자본주의에 종속된 어린이 삶이 잘 녹아 있더구나. 우리 할머니 - 이예지 학교 갔다와서 힘들면쪼르르 달려가는사우나따뜻하게 해 주고마실 것 챙겨주고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눠주는안방 사우나 모두 다 공짜 배 고플 때터덜터덜 찾아가는식당다양한 음식가리지 않고다 맛있는안방 식당 무조건 공짜
유소년 마트에서 야구 글러브를 한참 보고 있기에 의아했다. 이런 게 네 흥미를 끌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든. “왜? 글러브 가지고 싶어?”“아니, 그게 아니라 이거 왜 유소년 글러브야? 유소녀는 야구 안 해?” 아주 날카롭고 타당한 지적이다. 언젠가 ‘유소년 체육관’ 얘기를 들을 때부터 그런 문제의식(?)을 품었다니 대견하구나. 유소년·유소녀 쓰지 말고 ‘어린이’로 바꾸면 좋겠다는 대안도 훌륭했다. 대안 없이 지르고 보는 어른도 많거든.
먹이사슬 모두 알다시피 고양이에게 혼자 보내는 시간은 아주 소중해. 그 시간을 방해하는 누나 꼬맹이가 거슬릴 수밖에 없지. 마구 쓰다듬거나 끌어안거나 하는데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발로 밀어내면 섭섭함을 토로해. 자기 마음을 몰라 준다나? 더 웃긴 것은 아빠 양반이 누나 꼬맹이에게 하는 짓이 누나 꼬맹이가 나에게 하는 짓과 거의 같아. 누나 꼬맹이는 그건 또 못 견디거든. 아빠 양반도 섭섭하다 하소연하고. 그 모습이 짠해서 내가 다가가 몸을 부비면 아빠 양반은 아주 질색해. 이것들이 진짜. 야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