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2015년 9살

측은지심

이 승환 2015. 2. 12. 07:29

엄마와 시장에서 고등어를 사면서 생선 손질하는 모습을 라이브로 처음 봤다며. 할아버지가 선장이어서 어렸을 때 보릿고개(?)를 회로 넘겼던 아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너에게는 꽤 충격이었겠더라.


엄마가 고등어 구이를 반찬으로 내놓았더니 움찔하던 네가 기어이 눈물을 흘렸다더구나. 고등어가 불쌍하다고. 당황한 엄마는 원래 동물은 서로 먹고 먹히는 것이라는 설명부터 시작해, 맛있는 음식이 된 고등어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는 윤회·환생론까지 끌어들였다네. 아빠가 듣기에는 별 설득력이 없던데. 여튼, 겨우 고등어 한 젓가락을 맛본 너는 다시 눈물을 흘리며 평을 남겼더구나.


"그래도 맛은 있네. 고등어는 꼭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거야. 엉엉."


고등어는 불쌍하고 구이는 맛있고, 어렵지? 사는 게 늘 어렵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