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2015년 9살
감각
이 승환
2015. 3. 22. 07:14
"아빠, 저 요즘 동영상하고 TV 많이 안 봐요."
밥 먹다가 느닷없이 그 얘기를 하길래 조금 당황했어. 물론 네가 유튜브 영상과 TV를 오래 볼 때면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또 보고 싶은 걸 억지로 막을 수는 없잖아. 사람은 못하게 하면 더 하고 싶도록 생겨먹었거든. 그래서 '보지 마라', '그만 봐라' 대신 아빠가 선택한 말이 '10분만 더 봐라', '이 프로만 더 보자'였거든. 여튼, 너는 생각보다 절제라는 게 되는 아이구나. 많이 기특했다.
그리고 네 선택이 분명히 칭찬을 받을 일이라는 것을 알고 아빠에게 툭 던지듯 얘기하는 감각도 훌륭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