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2015년 9살
입원(3)
이 승환
2015. 4. 10. 06:08
4월 10일
아기 때부터 그랬다. 너무 아프거나 속상하면 콧구멍은 커지고 입꼬리는 아래로 축 처지며 참 서럽게 울었거든. 링거를 꽂은 손으로 머리를 눌러가며 그렇게 우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속상했단다. 더 힘든 것은 도대체 통증 정도를 가늠할 수 없다는 거였어. 그런 점에서 병원에서 준 통증 체크 카드는 꽤 유용했다. 통증 때문에 울 때면 너는 일관적으로 8~9를 손가락으로 짚더구나. 진통제 주사를 맞거나 약을 먹고 통증이 조금 가라앉으면 4를 짚었고. 나름대로 통증 정도를 정확하게 표현한다 싶어 엄마에게 그 얘기를 했거든.
"너무 아프지만 눈물이 나올 정도는 아니면 '6'이라고 하던데, 우리 딸 참 정확하네."
그 와중에 네 엄마는 나름 엄정한 분류 능력이 뿌듯했는가 보더라. 물론 아빠도 동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