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2016년 10살
작명
이 승환
2016. 2. 12. 10:40
to 10살 이예지 양
아빠 얼라 때 똥개 네 마리를 키우는 이웃이 있었어. 그런데 그 개 이름이 뭔지 아니? 글쎄 달타냥,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였다. 무려 30여 년 전이란다. 개 이름이라고 해봤자 쫑, 메리 기껏 신경 좀 쓰는 집에서는 '점프' 정도였단다. 그런데 <삼총사> 주인공이라니. 별 거 아닌 똥개 네 마리가 함께 뛰면 이름 때문에 괜히 멋졌지.
지난해 정말 계획이라고는 전혀 없었다만 너 때문에 고양이를 들이게 되면서 작명을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단다. 마침 그 고양이가 수컷 '러시안블루'라는 것을 알고 아빠가 처음 떠올린 이름은… 그래, '효도르'였어.
러시아 출신 이종격투기 선수. 60억분의 1 사나이! 완전 멋있지 않니? 물론 레닌, 트로이츠키, 차이코프스키, 짜르… 이런 이름에 미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야. 그래도 그 순간에는 '효도르'가 딱 꽂히더구나.
"아빠, '하늘이'로 할게요."
"오! 이름 예쁘네. 잘 어울리는데."
이제야 밝힌다만… 개뻥이었단다.
from 자애롭고 꼼꼼한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