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2016년 10살
인과
이 승환
2016. 6. 26. 15:02
휴대폰 화면 보호판이 또 깨졌더구나. 그래, 또! 이번에는 진짜 화면 차례인데, 아빠가 기억하는 것만도 보호판-액정-보호판-액정-보호판… 5번이구나. 그 사이 수리는 두 번 했잖아.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때는 이유를 알아야 하지 않겠니?
"예지, 또 깨졌네. 이렇게 자꾸 깨지는 이유가 뭘까?"
"응, 그냥 떨어트렸을 때는 괜찮은데 내가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있다가 친구와 부딪히거나 놀다가 넘어지면서 휴대폰을 든 손으로 땅을 짚을 때 깨져. 그래서 휴대폰을 안 쓸 때는 가방에 넣어두려고."
원인과 결과까지 관계가 아주 뚜렷하고 문제 인식은 물론 해결책까지 명확하게 제시하는 게 참 기특해야 마땅할 텐데 말이다. 그게 참 얄미울 때도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