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2016년 10살
날개
이 승환
2016. 6. 30. 06:27
"아빠, 저도 친구들처럼 인터넷에 동영상 올리고 싶어요."
벌써 그럴 때가 됐구나. 낯가림 심하고 엄마에게 붙어 떨어지지 않던 껌딱지가 이제 스스로 드러내고 싶은 욕구를 말하는구나. 아가, 하지만 말이다 동영상을 올리면 친구는 물론 모르는 사람들에게 무슨 말이든 들을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해. 너를 좋다는 사람도 많겠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비웃고 욕하고 깎아내리는 사람도 있을 거야. 그걸 견뎌야 하는데, 아빠는 네가 동영상 올리고 사람들 얘기에 기분 좋다가 울적하다가 그러느니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훨씬 재밌는 것을 찾았으면 좋겠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보다 재밌는 게 너무나 많을 때잖아. 안 그런가? 사실 이런 아빠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좁디 좁은 생각으로 그저 네 날개를 붙드는 게 아닌가 걱정이란다.
"더 재밌는 거? 자전거? 여행? 흐흐… 어쨌든 아직은 다른 사람이 나쁜 얘기하면 힘들 것 같아. 나중에 하지 뭐."
언젠가 어깻죽지가 가렵거든 아빠에게 묻지 말고 힘차게 날아오르려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