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재발견 AS

[경남의 재발견]함양이 왜 '신의 한수'?

이 승환 2013. 12. 7. 07:04

함양을 선택한 것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였습니다. 함양 취재로 <경남의 재발견> 취재와 정리 틀을 대부분 확정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맨땅에 헤딩하 듯 시작한 첫 취재에서 성과가 없었다면 이후 취재와 출고는 상당히 고전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함양에서 이룬 성과 대부분은 돌이켜 보면 상당히 운이 좋았습니다.

 

 

함양군청에서 만난 이태식 과장. /박민국 기자

 

먼저 취재원. 함양에서는 유난히 취재원 복이 넘쳤습니다. 함양군청에서 처음 만난 이태식 과장은 해박한 지역 지식으로 '무식의 어둠'에 갇힌 취재팀을 인도했습니다. 마을 절반이 전라도, 나머지 절반이 경상도인 '매치마을' 이야기도 이태식 과장과 긴 인터뷰에서 나왔습니다. 듣는 순간 <경남의 재발견> 시작을 '매치마을'에서 해도 괜찮겠다는 감이 저릿하게 왔습니다.

 

 

매치마을에서 만난 양정식 할아버지. /박민국 기자

 

일단 매치마을로 갔습니다. 그런데 계획과 현장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게 뭐가 없어도 너무 없었습니다. 경상도·전라도 주소 두 개를 가진 집도 보이지 않고, 한 마을에 두 개 지역이 걸쳤다는 것을 드러낼 만한 뭔가가 없는 것입니다. 잠시 멍하니 있다가 멀리 보이는 어르신 한 분에게 다가갔습니다. 매치마을 주민인 양정식 할아버지였습니다. 어르신은 낯선 객에게 어렸을 때부터 살았던 매치마을 얘기를 담담하게 풀어주셨습니다. <경남의 재발견> 시작인 매치마을 이야기는 그렇게 나옵니다. 지금 생각해도 운이 참 좋았습니다.

 

 

요 사진 나오면 반사적으로 한 번 눌러주기.

 

이 같은 취재빨(?)은 계속 이어집니다. 마을 파출소 경찰도 모른다던 똥돼지를 찾게 해준 식당 주인, 술을 못 마신다는 술 제조 명인, 게다가 정여창 고택을 찾았을 때는 마침 제사 전날이라 후손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일부러 섭외를 해도 잘 안 될 텐데 말입니다. 첫 취재에서 이런 흐름이 이후 취재에도 큰 힘이 됐습니다. 이런 운이 없었다면 분명 <경남의 재발견> 연재 초반 몇 편은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많이 시달렸을 듯합니다. 첫 취재 지역을 함양으로 선택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