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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 좋아

[신짱]시즌2-(1)지역신문 처지

※ '신짱'은 '신문 짱'이 아닙니다. '신문 읽는 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부장 짱'을 줄인 말입니다. 오해 없기를 바랍니다.


@영화 <북경반점>


6월 5일 시작한 시즌2 '프롤로그'를 이렇게 맺었습니다.


그저 장사 안 되는 동네 중국집 종업원이 어떻게 하면 단골을 붙들 수 있을지, 새 손님을 끌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으로 보면 좋겠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다르지도 않습니다.


막상 적어놓고 보니 그럴듯했습니다. 지역신문과 중국집 생태계가 서로 딱 맞아떨어지지 않겠지만 많은 이야기를 한결 쉽게 풀 수 있겠다 싶습니다. 시즌2 첫 이야기는 '지역신문 처지'입니다.


좋은 재료, 맛있는 음식. @영화 <북경반점>



지역에서 구한 싱싱한 재료를 풍부하게 써서 지역민 입맛을 사로잡겠습니다. 전국에서 모은 적당한 재료를 섞어서 요리하는 프랜차이즈 중국집과 차원이 다릅니다. 프랜차이즈처럼 화려한 공간은 아니지만 이웃이 편하게 식사하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랑방이고 싶습니다. 맛있고 건강한 음식으로 지역에 이바지하겠습니다. 우리가 파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믿음입니다.



중국집 개업인사일 수밖에 없는 이 글은 그 많은 지역신문 각오와 다를 게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어쨌든 가까스로 개업한 중국집이 나름대로 시장에서 자리매김하며 잘 버텼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소비자가, 시장이 바뀝니다.


주차 사정이 좋지 않은 중국집을 애써 찾아와 음식 맛을 칭찬하며 "그래도 여기뿐"이라는 소비자는 이제 극소수입니다. 대부분 소비자는 주차하기 편하고 홀도 넓으며 온갖 재료를 고루 섞은 요리가 나오는 프랜차이즈 중국집을 선호합니다. 가격 차이도 거의 없으니 말입니다. 입맛이야 적응하면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생산자끼리 경쟁 구조와 별개로 시장 변화는 한 발 더 나아갑니다.


소비자가 애써 중국집을 찾지 않아도 원하는 때에 음식이 도착합니다. 짜장, 짱뽕, 탕수육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코스요리가 쉴새 없이 들어옵니다. 소비자는 입맛에 맞는 음식을 골라 먹으면 그만입니다. 게다가 모두 '공짜'입니다. 이미 끝난 게임 아닙니까? 그러니까 지역신문 구독을 권한다는 것은 이런 느낌입니다.


아무 때나 원하는 요리를 코스별로 마음껏 공짜로 먹을 수 있는 소비자에게 지역 해산물을 많이 쓴 칼칼한 짬뽕을 매일 돈 내고 먹게 하는 것.


이 지점에서 고민을 시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