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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2015년 9살

입원(8)

4월 15일



오래 자지는 않지만 깊이 자는 아빠는 그래도 새벽에 네가 끙끙거리는 소리에 예민해지더라. 앓는 소리는 통증 때문이기도 했고, 통증이 아닌 것 때문이기도 했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머리를 만져달라고 할 때는 분명 통증이었고, 아프지는 않지만 울기만 할 때면 통증은 아니었지. 그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짐작할 수밖에 없었단다.


처음에는 헬멧을 쓴 것처럼 부어서 충격 부위를 알 수 없던 머리가 이제야 촉감만으로 위치를 알 수 있게 됐더라. 봉긋 솟은 부위가 얼굴 쪽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짠했다. 의사는 맥박과 산소 공급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만 남겨놓고 링거도 빼겠다더구나. 그러면서 잘 먹여야한다고 또 당부하더라. 환자 몸에서 떨어져나가는 게 많다는 것은 그만큼 회복하고 있다는 신호겠지. 한결 홀가분해진 팔을 이리저리 휘두르는 모습이 참 반가웠다. 


"지금쯤이면 2교시 수업이겠지?"


몸도 마음도 점점 일상을 향하는 모습에서 모처럼 힘이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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