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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2012년 6살

명연기

외할머니 집에서 자는 너를 안고 집으로 가는데 그날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단다. 너를 껴안고, 우산 들고, 아빠 가방 들고, 네 가방도 들었지. 품 안에서 꼼지락거리는 너에게 괜찮냐고 물었던 것은 궁금하기도 했지만 웬만하면 걸었으면 하는 바람도 섞였어.


엘리베이터 거울에 아빠 어깨 너머 말똥말똥 반짝이는 까만 눈동자가 보이더구나. 기회를 놓치지 않고 걷지 않겠느냐고 물었는데 아무 반응이 없더라. 다시 거울을 보니 너는 미간에 약간 주름이 생길 정도로 눈을 질끈 감았더구나. 결국, 침대까지 안고 가서 눕힐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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