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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풍운아 채현국

책 소개다. 다양한(?) 콘텐츠를 자랑하는 이 블로그에서 취급하지 않는 영역이 바로 '책' 그리고 '맛집'이야.


먼저 맛집은 내 입맛을 그렇게 신뢰하지도 않거니와 혹시나 줄을 서서 먹는 괴로움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이 블로그에서 소개한 맛집은 어머니께서 경기도 부천에서 운영하는 '고을죽촌' 뿐이야. 그러니까 사적(私的) 홍보지.


서평 아니면 독후감을 쓰지 않는 이유도 있어. 소인배들은 "네가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겠지만… 62.8% 정도 맞는 답이라고 하자. 그런데 책을 읽고 알거나 느낀 것을 받아들인 만큼 내 말로 풀어내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러니까 수학 문제집을 풀었다면 미분 문제를 풀이할 줄 알면 되는 거지, 수학 문제집을 풀었다는 것을 알릴 필요는 없잖아. 그래도 이 블로그에서 유일하게 열라 소개한 책이 있는데, 저자로 참여한 <경남의 재발견>이야. 회사에서 낸 책이니 이건 사적(社的) 홍보가 되겠지.



피플파워 펴냄 / 김주완 지음


그러니까 이 책 <풍운아 채현국>에 대한 이야기는 당연히(?) 사적(社的) 홍보에 해당해. 먼저 이 얘기를 해둬야 책에서 소개한 당당한 어르신에 대한 예의일 것 같아서. 설레발이 좀 길었다.


이 어르신을 처음 접한 것은 역시 <한겨레> 인터뷰 기사야. 그리고 어르신 열풍(?)이 사그라들 때쯤, 경남도민일보가 내는 월간지 <피플파워>에서 다시 만나게 돼. 당시 김주완 편집국장이 쓴 기사로 말이야. 나도 <피플파워>에 기사를 써봤지만, 보통 웬만한 유명인(?)도 인터뷰 분량은 10쪽 안팎이야. 그런데 무슨 20쪽 정도를 갖다바른 거야. 그리고 그 다음 달에 또 그 정도 분량으로 기사를 발랐더라고. 순간 든 생각이 이랬거든.


와! 국장이라고 너무하네. 아예 책을 쓰지 책을…



<피플파워> 2014년 10월호 내용 안내


그런데 책이 나왔어. 박수! 짝짝짝!


채현국 선생님이 김주완 국장에게 '절대 훌륭한 어른이나 근사한 사람으로 그리지 말 것'을 인터뷰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해. 좀 당황스럽잖아. 딱 훌륭하고 근사한 사람이다 싶어 취재하는데, 그리고 그런 걸 얼마나 티나지 않게 그려내는가에 이른바 '글빨'이라는 게 나오는 것이고.


그런데 김 국장은 쿨하게 그말까지도 옮겨. 그리고 들은 말 그대로, 조사한 내용 그대로, 사람들이 언급한 그대로 풀어내는 방법으로 퉁쳐. 내가 후배 기자들이 이런 식으로 인터뷰 기사를 쓰면 "씨바, 녹취록이냐"며 졸라 갈구는데…. 이 책에서는 매우 아쉽지만(?) 그런 갈굼이 통하지 않게 결과물이 나와버렸네.



학교 도서관을 안내하는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김구연 기자


책을 읽으면서 내가 울컥한 대목 두 곳만 옮길게.


  • 인혁당 때도 신문에 보도 안 했어요. 나는 여정남이는 이름만 알지 잘 몰라요. 김용원이는 1년 후배기 때문에 잘 알아요. 이수병도 그렇고. 이런 사람들이 빨갱이 아닌 건 난 뻔히 알거든… (143쪽)

  • 인문적 관심 하나도 안 높아졌어요. 사회 전체가 조금씩 나아지면서 타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 관심이 살아나면 됩니다. 인문학이니 하는 것들 모두 다 돈다발 낚으려는 수작입니다. (159쪽)


첫 대목은 내가 인혁당 문제를 벼락치기로 취재한 적이 있었어. 그때 의령에서 이수병 선생 초등학교 친구 분을 우연히 만났고 함께 묘도 찾아갔거든. 갑자기 이수병 선생 이름이 나오니 순간 울컥하더라고.


두 번째 대목은 인문학에 대한 개인적인 정의와 상관 있어. 언젠가 후배가 하도 인문학, 인문학 서적 운운하길래 그랬거든. 인문학이라는 게 뭐냐. 내 안을 성찰하고 내 밖을 공감하는 능력 아니냐. 난 그런 거 책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저 두 대목을 읽으니 "맞죠? 선생님" 그런 마음이 들면서 와락 안기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


여튼 울컥한 대목은 그렇고, 별개로 이 책이 땡기는 이유는 두 가지야. 먼저 진영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현대사와 그 역사 속 얽힌 인물의 맨얼굴을 접할 수 있어. 특히 이 점이 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각별한 김주완 국장 질문과 잘 어우러지는 부분인 것 같은데, 읽는 재미가 쏠쏠해.


두 번째는 역시 '어록(語錄)' 되겠다. 거침없는 삶과 각별한 통찰에서 우러나오는 단순명료한 어록은… 나도 늙어서 약간만 각색(?)해 써먹으면 졸라 멋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읽고 나니 꽤 뿌듯해. 당신들도 그런 느낌 누리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