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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2017년 11살

허세

to 11살 이예지 양



때맞춰 라면을 끓이는 아빠에게 홀려 어느새 뒤에서 멤돌더구나. 그냥 끓이면 될 것을 냄비를 기울여 긴 젓가락으로 면을 휘휘 젓고 들었다 놓으며 재주를 부렸단다. 여자는 비주얼에 약하다면서?


"아빠, 많은 요리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요?"

"그렇지 않을까? 아무래도."

"그렇겠네요."


아무 내용도 없는 이 대화 뜻을 다른 사람은 잘 모를 거다. 아빠 귀에는 이렇게 들렸단다. 


"우왕! 라면이다. 다 되가요? 빨리 먹고싶다!"


큰 그릇에 면을 먼저 옮기고 달걀을 풀어 면과 잘 비비고 나서 그 위에 끓고 있는 국물을 부어 달걀이 실처럼 익으면서 풀어져 올라오게 하는 것은 너를 위한 퍼포먼스란다. 아빠 먹을 때는 그렇게 안 먹거든. 눈에서 별이 반짝반짝하더구나. 또 해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from 자애롭고 꼼꼼한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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