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혜 누나에게

근혜 누나, 나야.

2004년인가 2005년인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데 누나 집에서 술 한 잔 한적 있잖아. 물론 여러 사람들이랑 섞여서. 누나 집 2층에서 먹었는데 중간 층에 피아노 한 대가 참 인상 깊었어. 술잔으로 계영배(戒盈杯)를 내놓았지. 술을 어느 선(7부? 8부?)까지 채우면 몽창 새는 잔. 졸라 멋졌어.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하라 했을 때 내가 그랬잖아. 51%에게 지지를 얻는다면 나머지 49%를 생각하는 정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다른 분들이 덕담 릴레이를 펼치는데 허들같은 말을 했으니 분위기가…. 그래도 누나는 끄덕끄덕하더라. 물론 수첩에 적지는 않았어.

여튼, 대한민국에서 누나 집에서 술 한 잔 마셔 본 사람이 몇 명 있겠어. 그런 의미에서 난 매우 친박(親朴)이라고 주장할게.

127번 송전탑 농성장 강제철거 현장에서 경찰에 들려 나오는 주민. /표세호 기자

누나. 어제 밀양에서 경찰 나부랭이들이 송전탑 건설 반대하며 자리를 깐 어르신들 싸그리 끌고 나왔다. 솔직히 깜짝 놀랬어. 이 나라 어르신들이 누나를 얼마나 이뻐라 하고 그런 어르신들을 누나가 또 얼마나 좋아라 하는데 저렇게 함부로 대하다니. 쟤네들 조때겄다 싶더라고. 여튼, 잘 처리해줘.

아! 누나랑 인연을 강조하다가 무슨 말을 하려했는지 까먹을 뻔했어. 있잖아 나 고리 원전 어떻게든 가동 중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보려구 해. 주민들이 행정기관을 상대로 요구할 수 있는 각종 서명이나 서식이 있잖아. 그거 한 번 모아보려구. 법으로 정해진 서식 보니까 이런 게 있더라고. 주민투표든 뭐든 기본 서식은 같더라.

청구인 명부.

그런데 이런 서명 몇 명 모은다고 누나 따까리들이 눈이나 끔쩍하겠어? 그래서 조건을 더 까다롭게 만들어봤어.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서명 △서명일…에 △인증샷 △고리 원전 가동을 반대하는 이유 등을 추가할 거야. 그러면 이렇게 되겠지.

서명 양식(누르면 커짐). 사인은 윈도우 그림판으로 그렸음.

이렇게 모아보려구. 훨씬 성의 있잖아. 그렇다고 내가 없는 조직을 가동해서 무슨 캠페인을 펼치고 그런 짓도 안 할 거야. 자학하는 투쟁은 완전 딱 질색이거든. 공지해놓고 10명이 이 양식으로 보내 주면… 경남도민일보 '자유로운 광고'에 낼 거다(직원이 한다고 공짜로 해주지는 않어). 100명이 보내 주면 또 광고할 거야. 1000명, 1만 명, 10만 명이 모여도 광고할 것이고(물론 단가는 계속 올리겠지). 100만 명쯤 모이면 비매품 책으로 만들 거야. 지역별로 나눠 정리해서 어디에서라도 바로 원하는 서식으로 얼마든지 활용 가능하도록 만들려구. 들어가는 비용 따위는 내가 부담할 거야. 뭐 원전 가동 중단이 먼저 될지 서명이 먼저 모일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서명을 끌어내려는 지나친 노력 따위는 전혀 할 생각 없어.

그러면 근혜 누나. 이만. 

 

 

 

자 이제 너님들에게…   궁서체로 쓰는 진지함을 알아주길 바라. 위에 내용 보면 무슨 말인지 알겠지? 가운데 예를 든 서명 양식대로 보내줘. 사진 넣고 신상 까고 이유 넣어서   hwan@idomin.com(내 메일이야)   내가 서명 모아서 개인정보 팔아먹을 수도 있잖아. 그런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보냈으니 너님들 순수함과 진지함도 보장될 거야. 서명이 많이 모이면… 생각 같아서는 모두를 경남도민일보 구독자로 만들고 싶지만 자제하고 원전 가동 반대 활동에 주민 의사 표시가 필요한 쪽에 무상 제공하려고 해. 그 정도면 괜찮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