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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2016년 10살

공부

수학 문제를 풀던 네가 갑자기 눈물을 뚝 떨어뜨리더구나.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진심이었다. 공부도 기분이 좋을 때나 쬐끔 하는 거지 뭐.


"아빠, 그게 아니라 잘하고 싶은데 잘 안 돼서 속상해."


엄마 닮아서 욕심이 많구나.


"예지, 괜찮아. 모르는 문제를 만나는 게 공부고 그걸 다시 알아가는 게 공부야. 생각해 봐. 계속 아는 것만 나오면 이상하지 않냐? 앞으로 계속 1 더하기 1만 나오면 예지야 틀리지 않고 신나게 잘 하겠지. 그렇게 잘 하고 싶은 것은 아니잖아."


마치 3개월 전부터 질문을 예상하고 원고를 준비해 외운 듯 막힘 없는 아빠 말에 어느새 눈물이 그쳤더라. 뭔가 알아들었을 때 반짝이는 그 얼굴이 보여 마음이 놓였다.


"나 괜찮아. 잘할 수 있을 것 같어."


그래, 믿는다. 그나저나 네 할머니는 이렇게 좋게 얘기하면 될 것을 왜 공부에 지친 어린(?) 아빠를 그렇게 팼는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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