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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2016년 10살

시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잘 자라는 네가 새삼 고맙다. 그래도 요즘은 영 편지를 쓰지 못했구나. 그래, 그런 시절이거든. 발가락을 다쳐 2주 전부터 깁스를 하고 있잖아. 편히 걸음을 옮길 수 없어 갑갑해하는 네가 안쓰럽다. 하지만, 네가 지금 사는 세상은 앞으로 깁스보다 훨씬 더 너를 구속하고 갑갑하게 할 게 분명하단다. 그런 세상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사람들이 나서기로 했어. 11월 12일, 바로 오늘이다.


우리 멀리는 못 가도 그런 사람들을 만나러 가자. 깁스한 발에는 두꺼운 엄마 양말을 신겨줄게. 시민이 주인이라는 나라에서 내가 주인이라는 것을 확신하는 모든 사람과 서로 응원하자꾸나. 많이 부끄럽다만 4년 전 네게 했던 말을 한 번 더 할게.


“넌 원칙과 상식 따위는 고민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라. 그건 당연히 딛고 버틸 땅이지 애써야만 따먹을 수 있는 열매가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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