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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2016년 10살

경쟁

샌드위치가 두 조각 남았네. 모양과 내용물이 서로 다른 샌드위치더구나. 막바지에 정리해놓지 않으면 한 조각 남았을 때 곤란한 상황이 생긴단다. 그런 일 혹시 겪어보지 않았니?


"예지, 둘 중에 하나 골라. 둘 다 먹을 수는 없어."

"알아."


잠시 고민하던 너는 네모 샌드위치를 골라 집어들더구나. 입으로 넣으려는 순간 아빠가 제지하면서 말했다.


"잠깐, 아빠도 그거."


입으로 향하던 손을 멈추며 움찔하는 네 표정이 웃겼단다. 당연하지. 이런 일은 처음 겪었을 테니. 하지만 너도 슬슬 이런 일을 겪을 나이가 됐다. 십대잖아.


"가위바위보 해."


알지? 꼭 이런 상황에서는 아빠가 이긴다는 거. 세상 돌아가는 게 그렇더라고. 무슨 법칙인지는 모르겠다만.


"아빠가 이겼으니까 이긴 사람 마음대로 할게. 예지가 네모 먹어."

"그러려면 왜 가위바위보 했어?"

"이겼지만 양보하는 모습 멋있지 않아?"

"아니."


져서 심통부리는 거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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