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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2017년 11살

스마트폰

to 11살 이예지 양



똑똑한(smart) 폰으로 게임, 동영상, 카톡, 채팅까지 차근차근 정복하는 너를 걱정하던 엄마가 드디어 결단했다. 딸을 바꿀 수 없으니 기계를 바꾸기로 했지. 당연한 결정이다. 그래도 늘 하던 것처럼 선택은 너에게 맡기기로 했다.


엄마는 그 재미진 물건 사용을 네 스스로 적절하게 조정할 수 없다는 점, 엄마나 아빠가 옆에서 도와줄 수 없다는 점 등을 얘기했다. 아빠는 재미를 찾는 게 사람에게 당연한 일이기는 하나 스마트폰이 앞으로 더 재미있는 무언가를 할 기회를 뺐는다는 점을 얘기했지. 이제 네 생각을 들을 차례였다.


"게임이나 인터넷이 되지 않는 그냥 휴대전화를 쓰는 방법도 괜찮을 것 같아."


멀쩡한 아이폰을 두고 2G폰을 쓰게됐구나. 큰 결정을 한 그날 너는 자기 전에 엄마를 살짝 불렀다고.


"엄마, 나 아까는 괜찮은 척했는데 사실 많이 섭섭했어."


그 다음 날 아빠와 단둘이 있을 때는 또 이렇게 얘기했지.


"아빠, 나 사실 아이폰을 쓰지 못해 섭섭한데 더 재밌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아빠가 도와줘야 해."


뭐랄까. 사람 마음 움직이는 능력은 엄마보다 네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from 자애롭고 꼼꼼한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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