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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 좋아

[신짱]시즌2-(3)기자, 저널리스트? 커뮤니케이터?

※ '신짱'은 '신문 짱'이 아닙니다. '신문 읽는 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부장 짱'을 줄인 말입니다. 오해 없기를 바랍니다.


@영화 <굿 나잇 앤 굿 럭>


매체가 지닌 힘은 기자(記者)입니다. 과장할 것도 폄하할 것도 없습니다. 기자는 매체가 마주한 한계를 넘을 수 있는 가능성이면서 매체 가능성을 가로막는 한계이기도 합니다. 결국, 기자가 바뀌지 않는 매체에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대로 가면 신문은 끝이라는 경고는 시장 구조보다 기자를 향한 것이기도 합니다.


<경남도민일보>가 오래 전부터 기자에게 SNS를 활용한 '소통'을 주문하는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하지만, 지역신문이 시도해야 할 변화에서 아주 첫 걸음마에 불과한 이 주문이 기자에게 수월한 과제가 아닙니다. 게으르거나 성의가 없거나 자질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이게 은근히 정체성에 혼란을 주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게 기자 아이가! @영화 <굿 나잇 앤 굿 럭>


신문기자를 평가하는 아주 기본적인 기준이 있습니다. 취재와 기사입니다. 취재는 잘 하는데 글이 안 되는 기자가 있고, 글은 잘 쓰는데 취재가 아쉬운 기자가 있습니다. 취재도 잘하고 글도 잘쓰면 훌륭한 기자일 것이고, 둘 다 안 되면 자질이 부족한 기자가 됩니다. 어쨌든 여기서 훌륭한 기자가 지향하는 것은 당연히 저널리스트(journalist)입니다. 이면을 알리고 부조리를 캐내며 불의를 고발해 사회적 변화를 끌어내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올법한 저널리스트.


하지만, 언젠가부터 사회가 복잡·다양해지면서 기자는 다른 자질도 요구받고습니다. 바로 커뮤니케이터(communicator)입니다. 복잡한 현상이나 뉴스를 잘 정리해 전달하는 능력이면서 점점 독자와 소통하는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저널리스트! 이런 느낌 말입니다. @영화 <굿 나잇 앤 굿 럭>


그나마 취재와 글쓰기 두 가지 항목은 저널리스트 영역으로 묶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커뮤니케이터는 상당히 이질적인 성격을 지닌 능력입니다. 대부분 기자는 저널리스트로서 자신이 한참 부족하다고 여기며 이 일을 하는 동안 늘 떠안아야 할 과제라고 여깁니다. 여기에 저널리스트와 같은 무게로 커뮤니케이터로서 역할까지 해내야 한다? 그것을 할 수 있다고 호언하는 것은 자기기만처럼 느낄 수 있겠다 싶습니다. 여기서 굳이 중국집 비유를 갖다붙이면 이렇게 됩니다.


아니, 주방장이 훌륭한 요리를 내놓는 것도 늘 고민인데 중국집 홍보 문구까지 생각하라고? 주방에서 나와 손님과 어울리라고? 그러면 요리는? 요리는!


지금 미디어 시장은 태연하게 그것을 요구합니다. 게다가 기자가 도달해야 할 결승점이 아니라 안 되면 출발선에 서지도 말라 합니다. 신문기자 처지에서 난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지점에서 매체 역량이 갈린다고 봅니다. 구성원이 저널리스트와 커뮤니케이터로서 능력을 모두 갖추면 좋겠지요. 현실은 제대로 된 저널리스트, 괜찮은 커뮤니케이터 한 명을 키우기도 어렵습니다. 섬세하게 역량을 파악해 저널리스트도 살리고 커뮤니케이터도 살려서 둘이 협업하게 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아무리 지역신문 살 길이 백 가지 넘게 있더라도 이 과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그 다음은 없다고 봅니다. 이 주제를 앞서 꺼낸 이유입니다.


그런 면에서 <경남도민일보>는 갈림길에 있다고 봅니다. 나쁜 상황은 당연히 아니고 괜찮은 상황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그 정도입니다. 다음에는 신문, 지역신문이 지닌 가능성과 한계를 정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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