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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 좋아

[신짱]시즌2-(7)신에게 열 두척의 배가 있다면

※ '신짱'은 '신문 짱'이 아닙니다. '신문 읽는 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부장 짱'을 줄인 말입니다. 오해 없기를 바랍니다.


@영화 <명량>


부서별로 지면을 할당하는 생산 구조부터 바꾸지 않으면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말자고 했으니 이렇게 하자고 할 차례입니다. 감히 주절거려 봅니다.


먼저 저에게 기자 12명이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3명은 경력 5년 이하(굳이 고정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기자를 중심으로 현장에 투입합니다. 편의상 '1부'라고 하겠습니다. 이들은 △발생 뉴스 △편집국 주문 뉴스 등을 생산합니다. 속보는 끊임없이 온라인으로 노출합니다.


'2부'에 해당하는 3명은 경력 5년 이상 기자를 중심으로 영역 구분을 최소한으로 두고 자체 콘텐츠를 자유롭게 생산하게 합니다. 정치부로 배정을 했다면 콘텐츠 중심을 정치에 두되 다른 분야도 얼마든지 넘나들 수 있게 허용합니다.


이를테면 정치 콘텐츠를 생산하다가도 '커제 vs 알파고' 콘텐츠를 흥미롭게 다룰 수 있다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스포츠 기사를 써도 되고 서평을 써도 됩니다. '1부'보다 시간에 쫓기지는 않되 콘텐츠 질은 확보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콘텐츠 출고에 앞서 프리젠테이션 수준으로 내부 브리핑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이런 판단을 개인에게 맡기는 것은 위험합니다. 애초에 깜(?)이 되지 않으면 다시 새로운 콘텐츠를 구상하는 구조가 돼야 합니다. 콘텐츠 성과는 SNS 유통 실적(?)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몇 척 남았지? @영화 <명량>


'3부'에 해당하는 3명은 철저히 내부 콘텐츠 생산입니다. 신문 하드웨어(종이)로 할 수 있는 모든 재기발랄한 시도가 이 부서에서 이뤄집니다. 크로스워드 퍼즐이든 스도쿠든 숨은그림찾기든 독자 참여 광고든 종이로 가능한 모든 '놀이'가 이들이 떠맡을 고민입니다. 현장이나 취재 없이 생산할 수 있는 모든 콘텐츠 역시 이 부서가 소화합니다.


마지막 4부 소속 3명은 편집·제작을 맡습니다. 결국 매체로서 신문 경쟁력과 차별성을 확보하는 영역은 이 부서 몫입니다. 신문은 내부 경쟁을 통해 성과와 자질, 취향 등을 고려해 구성원을 순환·재배치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최소 투자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조합을 찾습니다.


그렇게 해서 신문이 나오냐? @영화 <명량>


현실성, 가능성 그런 거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이런 구조가 만들어낼 결과물을 가끔 상상할 뿐입니다. '고작 이딴 소리나 하려고'라고 타박받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정작 하고 싶은 말은 두 가지입니다.


1. 가장 익숙한 구조에서 어떻게든 벗어나야 한다.

2. 생산자가 설레지 않는 콘텐츠는 소비자에게도 아무 매력 없다.


다음에는 신문 밖에서 시도할 수 있는 변화를 제안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