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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플레이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안산 한 번 들를까?


아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가 사는 경기도 부천에서 안산 화랑유원지까지는 한 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였다. 올해 첫눈을 봤다. 바람은 수직으로 내리는 눈을 모질게 수평으로 밀어붙였다. 낙엽과 쓰레기가 바람에 휘말려 높이 솟구쳤다가 바닥으로 흩어졌다.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로 향하는 아내와 딸.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667.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가 있는 화랑유원지에 도착했다. 평일 오전이라서 사람은 거의 볼 수 없었다. 두텁게 옷을 입은 경찰 한 명이 분향소 방향을 손짓으로 안내했다. 분향소 규모는 상당히 컸다. 입구에 들어서자 정장을 갖춰 입은 분이 정중하게 맞았다.


사진촬영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안내문이 정문을 향해 서 있었다. 근조 리본을 달았고 방명록에 이름을 썼다. 노란 리본 배지도 받았다. 안내원은 아내와 딸에게 흰 국화를 한송이씩 건넸다. 분향소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몇 줄로 겹쳐 아이들 영정 사진이 벽을 가득 메웠다.



얼마나 울부짖고 또 울부짖었을지.


아, 너무 많다….


눈가가 촉촉해진 아내가 국화를 한 사진 앞에 놓았다. 영정 가운데에 있는 향도 피웠다. 딸은 잠시 눈치를 보다가 적당한 자리에 꽃을 놓았다. 아내가 먼저 펑펑 울 줄 알았는데 내 눈이 흐려졌다. 눈 주변을 손가락 끝으로 적당히 누르다가 손가락으로 대충 훔치다가 안경을 들어 손등으로 찍다가 결국 안경을 벗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667 화랑유원지.


저런 공간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아내는 합동분향소 앞마당에 지은 목조 성당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작은 입구에 사람 몇 명 겨우 앉을 만한 공간이었다. 두터운 외투에 모자까지 눌러쓴 딸을 감싸며 걷던 아내는 느닷없는 눈보라에 휘청하면서 차를 탔다.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고 한다. 경기도 용인 쯤에 이르자 눈발이 훨씬 약해졌다. 언뜻 햇살도 비쳤다. 괜히 아내에게 투덜거렸다.


하필이면 거기만 왜 그렇냐. 진짜.

거기도… 벌써 맑아졌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