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사빨

[어사빨](23)게임이론

'게임이론' 관련 책에서 봤던 내용인 것 같아. 게임이론은 잘 생각나지 않아도 이런 거는 또 기억이 나네. 유명한 일화니까 한 번쯤 들어봤을 거야. 처음이라 해도 전혀 어려운 내용 아니다.



케이크 하나를 형제에게 나눠줘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차이가 나면 한쪽이 다른 상대 것이 크다고 난리 칠 게 뻔하다. 그런데 물리적으로 케이크를 1/2로 정확하게 나누는 것은 불가능하다(칼에 케이크가 묻는 것까지 생각하면).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정확하게 반으로 나눌 수는 있을까?



답은 '한 명에게 자르게 하고, 다른 한 명에게 고르게 한다' 되겠다. 이 결론은 아마도 '반드시 정확하게 반으로 잘라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날 때 도달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이 지점에서 우리 좌빨의 미래 그리고 '싸움의 기술'에 대한 힌트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



딱 반이다. 똑바로 하자.


만약 어르신 같으면 대부분 '형이 큰 거 먹어야지'라고 정리하겠지. 왜 그럴까? 합리적인 이유와 본능적인 이유가 있는 것 같아. 먼저 합리적인 이유는 큰 사람이 큰 거 먹고, 작은 사람이 작은 거 먹는 게 공평하다는 계산이겠지. 각자 필요한 만큼 에너지를 흡수한다는 면에서 공평하고 합리적이라는 거야. 기계적 균형은 큰 놈은 덜 먹고, 작은 놈은 더 먹는 현실적 불균형을 낳는다는 거지. 본능적인 이유는… 아무래도 큰 놈이 더 먹고 작은 놈을 지키는 게 생존에 유리하다는 계산일 것 같아. 그리고, 그렇게 딱 정해놓으면 편하잖아.



생존, 중요한 거다.


그렇다면 우리 좌빨은 이렇게 얘기해야겠지. 아니, 약한 동생이 쫌 많이 먹어야지. 형은 동생보다 잘 버틸 수 있으니까. 그리고 형이 조금만 양보하면 동생이 빨리 힘이 세질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둘 모두 생존에 유리하잖아!


사실 그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지. 여기서 우리 좌빨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어르신 논리도 좌빨 논리도 그렇게 문제 될 부분이 없다는 거야. 아니, 형을 좀 더 먹이자는 말과 동생을 좀 더 먹이자는 말에 논리적 우위가 있으면 얼마나 있겠어? 다 고만고만 한 거지. 그런데, 문제는 우리 일상에서 이런 비슷한 문제를 두고 심각하게 부딪히는 일이 뜻밖에도 잦다는 거야.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누가 큰 케이크 조각을 먹는 게 합리적인가를 생각하는 게 중요하지 않지. 그냥 느닷없이 상대를 조지는 게 우선 과제가 된다.



누가 큰 걸 먹든 말든!


돌이켜 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어르신과 좌빨… 심지어 좌빨과 좌빨 사이 괴리감조차 케이크 자르는 수준을 크게 넘지 않을지도 몰라. 다시 말해서 '케이크를 형이 자르고 동생이 고르자'는 답만 찾아낼 수 있어도 우리는 상당 부분 오해를 피할 수 있고 힘을 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이런 사고 과정에서 기본은 무엇보다 '공감'이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언제부터인가 우리 좌빨들이 점점 공감 능력을 잃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덜컥 겁이 날 때가 있어. 그거 없는 좌빨 매력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