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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 좋아

[신짱](21)지면에 흐르는 리듬

※ '신짱'은 '신문 짱'이 아니라 '신문 읽는 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부장 짱'을 줄인 말입니다. 2017년 3월 29일 자 경남도민일보입니다.



경남도민일보 2017년 3월 29일 자 3면.


그림 한 장에 담긴 힘을 만평만큼 간명하고 극적으로 보여주는 콘텐츠가 있을까요? 요즘 신문에 만평이 드물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생산자 처지에서도 그렇지만 소비자 처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경남도민일보가 주 1회 선보이는 '서동진의 한뼘'은 그런 점에서 귀한 콘텐츠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나와서 다행이고 더 자주 나오지 않아 아쉽습니다.


비극적인 사진, 처절한 묘사나 날선 비판이 담긴 글에서는 또 담기 어려운 호소력이 작은 그림 한 장에 흐릅니다. 




경남도민일보 2017년 3월 29일 16면.


시속 160㎞ 공을 던지는 메이저리그 투수는 볼 때마다 놀랍습니다. 그런데 그 공을 치는 타자는 또 뭡니까? 타자들은 말합니다. 같은 공만 던지면 시속 170㎞ 공도 친다고.


메이저리그에서 50세까지 현역으로 뛴 제이미 모이어(Jamie Moyer)라는 선수가 있습니다. 아주 옛날 선수도 아니고 2012년까지 뛰었습니다. 말년(?)에 이 선수 직구 구속이 130㎞를 간신히 찍습니다. 하지만 이 비슷한 속도로 몇 가지 변화구와 시속 120㎞ 언저리 체인지업을 섞으며 타자를 이겨냈습니다. 타이밍을 뺐는 게 핵심입니다.


독자가 생각하는 타이밍을 뺐는다는 것. 예상을 벗어나 읽는 즐거움을 주는 요소가 신문에 있습니다. 매체로서 신문이 지닌 특징으로 내세울 만합니다. 29일 자 경남도민일보 16면은 지면에 흐르는 리듬으로 내용을 읽기 전부터 흥미를 끕니다. '기록사냥' 기사만 있었다면? 사진과 숫자 크기가 같았다면? 신문 보는 즐거움은 반감 또 반감됐을 게 분명합니다.


게다가 이런 편집은 자칫 이미지가 본문을 씹어 정작 기사 읽기에 방해를 주기 십상입니다. 보면 알겠지만 본문은 또 아주 보수적(?)으로 네모 반듯하게 지면에 앉혔습니다. 직구와 변화구를 잘 배합한 사례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