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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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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어쩌다가 집에 빼빼로를 좀 쌓아두게 됐네. 학교에 몇통 들고 갔다고? 친구들과 잘 나눠 먹었다니 좋구나. 그런데 선생님은? “선생님은 주고 싶었는데 못 줬어.” “왜?” “김영란법 때문에. 선생님이 아예 안 받아.” 그 법 주먹만큼이나 가깝구나. 마음 대로 줄 수 없는 섭섭함 잘 알겠다만 세상이 더 나아지는 과정이라 믿고 이해하자. 이제 선생님 주려고 했던 거 어서 내놓거라.
불신 그거 있잖아. ‘차라리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지’라는 말. 내가 이 서사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실제 인간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일 따위는 없다는 거야. 맡긴 적도 없으면서 맡기면 안 된다며 아예 속담까지 만들어서 놀고 있지. 신뢰 부문을 따지면 동물 피라미드에서 가장 밑바닥에 깔려 있어야 할 인간들이 말이야. 아빠 양반, 맡긴 적도 없으면서 불신하는 그런 짓 하지 마. 한 번 맡겼으면 믿어 보고. 야옹.
변화 참 우스운 게 아침에 10분 일찍 일어나는 사소한 변화조차 버거워하는 인간들이 다른 사람은, 조직은, 세상은 아주 한순간 벼락같이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나 봐. 아빠 양반, 그런 거 없어. 물론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있는 인간도 높은 곳 싫어하는 고양이 수 만큼은 있겠지. 아주 아주 드물게. 하지만, 그런 거 아빠 양반 능력은 아니야. 동거자로서 조언한다면 부딪히고 지치지 않으면서 잘 버텨내는 힘이나 길러. 야옹.
호기심2 문학, 미술, 음악 심지어 과학에 이르기까지 인간에게 고양이가 미친 영향은 막대해. 각 분야에서 고양이와 관련된 무엇인가를 떠올리지 못한다면 배은망덕한 거지 뭐. 인류 문명 발전사는 고양이가 준 영감을 인간이 잘 이해했던 시기와 그렇지 못했던 시기로 나눌 수 있어. 인류 문명 발전을 이끈 고양이 저력은 당연히 호기심에서 비롯해. 수시로 강조하지만 같은 삶에서 살아가는 것과 죽어가는 것은 호기심 유무로 갈려. 어쨌든 고작 알레르기 때문에 나를 받아들이지 못해 미개할 수밖에 없는 아빠 양반이 호기심은 좀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 야옹.
인사 엘리베이터에서 할아버지가 타니 인사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인사를 받는둥 마는둥 표정도 영 떨떠름한 게 좀 그렇더라. 내릴 때도 인사하는데 쳐다보지도 않고 가더구나. “예지, 저 할아버지 알아?” “아니, 몰라. 왜?” “예쁘게 인사하는데 받아주지도 않아서. 기분 나쁘네.” “내가 인사하는 게 중요한 거지. 받아주는 것은 할아버지 마음이고.” 대인의 풍모를 느꼈단다.
자만 "자신감과 자만심 차이가 뭐에요?" 요즘 질문이 고급져서 참 좋다. 자신감은 자기 능력을 믿는 마음이고, 자만심은 자기 능력을 뽐내려는 마음 같은 흔한 답을 원했다면 아빠를 찾지도 않았겠지. "좋아하는 사람이 잘난 척하면 자신감, 미워하는 사람이 잘난 척하면 자만심이지 뭐.""그런가?" 정답은 네가 또 찾거라.
인정 도도한 자태 때문에 늘 오해받지만, 나도 따스한 품과 손길 그리고 애정 가득한 칭찬 한마디가 늘 그리워. 흔한 고양이처럼 눈 말똥말똥 동그랗게 뜨며 애정을 구걸해 볼까 생각한 적도 있지. 하지만, 그런 욕구를 외부에 맡기고 의지할수록 자신을 성찰하기 어렵거든. 그것을 아는 게 고양이와 인간이 다른 점이고. 아빠 양반, 뭘 좀 잘했다고 흥분할 거 없어. 잘못했다고 그렇게 기죽지도 말고. 그나저나 아침에 한 번쯤은 좀 성의 있게 쓰다듬으면 안 될까. 이 인정머리 없는 양반아! 야옹.
라이프 집 크기 줄이고 살림 좀 줄이고 덜 가지려 하고 살면서 중요한 가치에 집중하는 어쩌고저쩌고를 ‘미니멀 라이프’라 하다고? 그 얘기를 듣고 진짜 인간들 과장 하나는 끝내준다고 생각했어. 그런 게 미니멀 라이프면 대부분 동물은 ‘미크론 라이프’ 정도 되겠지. 당장 화장실만 봐도 그래. 나야 플라스틱 통에 모래만 채우면 끝이지만 인간들 화장실은 변기에, 세면대에, 샤워기에 뭐 그렇게 할 게 많은지. 그나저나 아빠 양반, 화장실은 왜 못 들어오게 하냐고! 야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