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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2017년 11살

발치

to 11살 이예지 양



엄마 없는 주말에는 치킨이다. 마주보며 너는 콜라, 아빠는 와인. 언젠가부터 먹는 속도가 아빠와 다를 바 없구나. 괜히 긴장된단다.


"아빠, 이거 뼈가 이상해."


자그마한 조각이 닭에서 나온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이상하기는 했다. 삼키지 않아서 다행이다. 하기야 어릴 때부터 가늘고 작은 생선뼈도 입안에서 발라낼 정도로 감각이 예민했으니.


"아빠, 이쪽이 허전해."


입을 벌리며 가리킨 쪽을 보니 이가 하나 없고 피가 살짝 고여 있었다. 뭔가 느낌이 이상해 정상적인 닭뼈 사이에 뒀던 그 이상한 뼈를 기어이 찾아냈다. 이라고 생각하니 아주 정상적으로 생겼더구나. 아빠도 어렸을 때 사과 먹다가 이가 사과에 박혀서 나온 적은 있다만. 


"흐흐, 하나도 안 아퍼. 대박!"



from 자애롭고 꼼꼼한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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