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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2017년 11살

인라인 스케이트

to 11살 이예지 양



방학 동안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뭐 하나 제대로 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자전거로 바꿔주지도 않았고 아이스링크에 가서 스케이트를 타지도 않았지. 그렇다고 가족이 여행을 다녀온 것도 아니고. 대놓고 투정을 부리지는 않았지만 소멸되는 방학을 아쉬워하는 모습이 딱했다.


"예지, 인라인 스케이트 살까? 자연스럽게 스케이트 연습도 되니 아이스링크에서 따로 연습할 필요도 없고, 언제든지 가까운 곳에서 탈 수도 있고."

"좋아!"


네가 좋아하는 디자인, 색깔로 인라인 스케이트와 보호장비를 갖췄다. 당장 타고 싶어 매서운 바람에도 춥지 않다며 버티는 네 마음을 왜 모르겠니. 제자리에서 서기도 힘들 텐데 몇 걸음 옮기며 미끄러지는 게 곧 배우겠더라. 집에 들어오는 길에 아빠를 그윽하게 바라보며 기쁨을 감추질 못하더구나. 엄마 닮아가지고. 어쨌든, 아빠는 큰 위기를 넘기며 한숨 돌렸단다.



from 자애롭고 꼼꼼한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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