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는 고양이라니까

(60)
귀가 아빠 양반이 새벽에 들어오길래 반겨줬더니 화들짝 놀라네. 여튼 아빠 양반은 어떻게 성장했는지 생명에 대한 기본 예의가 없어. 언제쯤 정신 차릴까. 야옹.
교감 아빠 양반은 좀처럼 교감이란 것을 몰라. 엄마처럼 안아 주지도 않고, 누나처럼 간식을 주지도 않지. 식탁에 올라온다고, 방에 들어온다고, 이뻐서 살짝 깨물었을 뿐인데 하늘이 이놈 어쩌고 저쩌고 야단법석이야. 기침 좀 하면 어때서 내 우아한 털이 날리면 천식이 뭐 어떻다며 난리더라고. 그래도 마음 넓은 내가 참아야지. 아침에 쓰다듬어 주지도 않기에 살짝 기댔어. 더 달라붙으면 또 질겁하니까. 아빠 양반이 내 마음과 온기를 느꼈으면 좋겠네. 야옹.
모델? 너희들은 밤에 자잖아. 나는 낮에 잔다고. 왜 아침부터 폰을 들이대며 여기 봐라 저기 봐라 난리야? 아빠양반은 옆 모습 찍고 싶으면 자기가 움직이던가. 성질 같아서는 얼굴을 확 긁고 싶다만 내가 또 평화주의자니 어쩌겠어. 참아야지. 뭐? 그래, 그래, 그래? 이 자세라고? 젠장! 김치!
나는 고양이라니까 2015년 8월 딸 성화로 고양이를 식구로 맞았다. 동물에 애정도 없거니와 키운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혼자 자라는 딸이 그저 안쓰러웠을 뿐이다. 딸은 러시안블루 종인 수컷 고양이를 '하늘이'라고 불렀다. 몇 개월 뒤 나에게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급성 천식으로 응급실 신세를 지고 20년 남짓 태운 담배를 끊었다. 끊음을 당했다. 안그래도 곱지 않은 녀석이 소소한 즐거움을 예고 없이 앗아갔기에 미움은 더했다. 내쫓기에는 이미 딸과 정이 깊게 들어 그냥 살기로 했다. 같이 살다 보니 이 생명과도 어느 정도 공감하게 된다. 미운 감정은 여전하다. 털 알레르기 때문에 다가오면 질겁하지만 내 마음과 별개로 예쁜 구석이 상당히 많다. 게다가 이제는 이 녀석 입을 빌려 소소한 이야기를 펼칠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