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사빨

[어사빨](1)언제부터 좌빨됐냐?

가만 생각하니 '어르신께 사랑받는 좌빨(어사빨)'이라는 게 결국 '좌빨아, 어르신께 잘해라' 이런 얘기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 무슨 꼰대도 아니고. 끝내 하려는 얘기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그래도 처음에는 꼰대 같은 얘기가 필요할 것 같기도 하다.


첫 질문은 '언제부터 좌빨이냐' 되겠다. 정권교체 일정이 연기되면서 접은 '사랑받는 진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해도 나올 첫 질문이야. 물론 제목은 '언제부터 진보야?' 정도로 쫌 예쁜 게 됐겠지. 어쨌든 한 번쯤 돌이켜 생각해보자. 언제부터 좌빨(새누리당이 아닌 것들)이 됐을까? 설마 태어나면서부터는 아니겠지?



날 때부터 '응애~' 했지, '투쟁~' 하지는 않았을 거잖아.


생각해보면 이 나라 교육은 철저하게 보수적 가치관을 주입하는 체계다. 길게 설명 안 해도 이 점은 동의할 거야. 그러니까 그 절차만 차근차근 잘 따라가면 '보수적 모범생'이 돼. 그런데 우리 좌빨들은 언제, 어떤 계기로 그런 주입식 가치관을 부정하고 다른 생각을 하게 됐을까. 그러니까 언제부터 지금까지 배운 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의심하게 됐을까. 언제부터 사회를 지배하는 체계를 의심하기 시작했을까. 돌이켜보면 내가 처음 그런 의심을 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인 것 같아. 지금도 좋아하는 형(당시 고3)이 바로 이 책을 권했지.



어? 지금까지 뭘 배웠지?


어? 뭔가 이상하다는 의심은 그때부터 시작됐어. 그렇다고 일상이 바뀐 것은 아니고, 무난한 고띵으로 잘 자랐다. 대신 훨씬 뒷날에 이 사회가, 역사가 뭔가 문제가 있다는 말을 듣게 됐을 때 그렇게 낯설지는 않더라고. 거부감이 생기지 않았다는 거지.


그리고 대학 들어가서 시작했던 야학, 야학을 그만두고 시작했던 시민단체 활동, 그 과정에서 만났던 '좋은' 사람들 덕에 좌빨(제대로 코스 밟은 '좌파' 아니다) 꿈나무로 무럭무럭(?) 자란 것 같아. 그런데 살면서 보니 주변에는 '좌빨 계기' 자체가 아예 없었던 사람도 많더라고. 많은 문제는 그 지점에서 시작하더라.



나꼼수, 벌써 그립네.


37살 돼서 <나꼼수>를 듣고 완전 생각이 바뀐 '전(前) 수꼴' 친구가 있어. 이 친구는 그 전까지 98% 새누리당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나꼼수> 내용을 달달 외워. 그리고 <나는 꼽사리다>, <이털남> 같은 방송까지 왕성하게 섭렵한다더라고. 사람들 만나서 얘기만 꺼냈다 그런 방송 중 하나에서 나왔던 내용이야.


어르신들 보기에는 이 친구도 완전 '좌빨' 되겠다. 그런데 그 친구가 그런 좌빨이 된 것은 길어야 1년 남짓이야. 뒤늦게 좌빨된 이 친구는 요즘 짧으면 20년, 길면 40~50년 동안 한 번도 그럴 계기가 없었던 사람들을 교화(?)하느라 여념이 없어. 1년 가치관이 몇 십 년 가치관과 맞짱뜨겠다고 하닥하닥 해. 못 알아듣는다고 짜증 내고 열받고….


듣는 어르신 기분은 어떨까. 지금까지 헛살았구나. 아무 것도 몰랐구나. 저 친구에게 새로운 사실을 들어서 너무 고맙구나. 지금부터라도 생각을 완전히 바꿔야겠구나. 이렇게 생각할까? 그냥 웃자.


사람 마음, 특히 어르신 마음… 바꾸는 거 쉽지 않다. 게다가 그것이 가치관 문제라면 더 그렇지. 좌빨끼리 생각 바꾸는 것도 힘든데 그보다 더 힘들지 않겠어? 너무 당연하면서 중요한 지점인데 그만큼 쉽게 잊는 것 가운데 하나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