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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사빨

[어사빨]부록1-자기 합리화

프롤로그, 3회 연재 그리고 '부록'… 이것만으로 알찬 콘테츠 조건은 이미 98% 갖췄다고 할 수 있겠다. '어르신께 사랑받는 좌빨 프로젝트'라는 게 무게 중심이 어르신께 쏠릴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고….


하지만, 좌빨이 갈 길을 어르신 떠받들기로 처바를 수는 없잖아. 그런 점에서 '부록'은 '어사빨 프로젝트' 보완재가 되겠다. 그리고 그 대상 범위가 '어사빨'보다 넓어질 게 분명하므로 내용 가치는 훨씬 높다…고 우겨본다.



나쁜 놈이 착한 짓을 하면?


오랫동안 궁금하게 생각했던 게 있다. 그래서 한 번은 페이스북(Face book)에 그 내용을 올린 적도 있어.


왜 사람들은 나쁜 새끼가 어쩌다 착한 짓을 하면 '그래 원래 알고 보니 나쁜 새끼는 아니었어'라고 쉽게 인정하고, 착한 분이 어쩌다 나쁜 짓을 하면 '그래 원래 쟤는 저런 애였어'라며 모질게 몰아붙일까.


그런데 놀라운 것은 페이스북에 글을 쓰는 동안 답이 떠오른 거야. 그때 떠오른 말이 바로 '자기 합리화' 되겠다.


사람들은 나쁜 새끼가 하는 짓을 보면 말리거나 막아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데 실천하기는 어렵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냥 해꼬지 당할까봐 그렇다고 생각하자. 그런데 이 나쁜 새끼가 어느날 착한 짓을 한 거야. 그 순간 이 새끼를 칭찬하면 놀랍게도 지난 심리적 부채, 즉 나쁜 짓을 막지 못하면서 생긴 심리적 부채를 탕감받는 효과가 생겨. 내가 그때 '막지 못한 것'은 드러나지 않는 착한 면을 알아본 내가 '막지 않은 게' 된다.


착한 분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야. 나는 왜 저렇게 못할까, 저 사람처럼 살지 못할까 하던 심리적 부채를 어쩌다 나온 나쁜 짓을 욕하면서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거다. 어때? 좌빨이 인간관계에서 손해를 보는 일이 잦은 이유가 조금 감이 오지 않아?


그러고 보니 '스톡홀름 신드롬'도 어떤 면에서 비슷하군. 저 새끼한테 잡혀 있는 이유는 내가 못나서 또는 약해서가 아니라 저 사람 사정을 누구보다 깊게 이해하기 때문이야… 라는 '자기 합리화' 아닌가? 그럴 듯하면 칭찬해주고 틀렸다면 그냥 모른 척 해주라.



넌 원래 나쁜 새끼 아냐.


여기서 50대 이상 어르신을 잠깐 보자. 이분들은 '자기 합리화'에는 거의 '끝판왕'이다. 왜? 존재 자체가 그냥 모든 것을 증명하거든.


너희들이 암만 떠들어도 지금까지 난 잘 살았고 앞으로도 잘 살 것이다. 조또 도움도 안 되고 아무 것도 모르는 것들이….


뭐 이런 마음 아니겠어? 좌빨이 기를 쓰고 아닌 것을 따져도 어르신 마음을 바꾸기는 쉽지 않아. 그러니까 좌빨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선택도 그들에게는 매우 합리적인 게 된다. 왜? 내가 했으니까!


물론 '자기합리화'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오히려 꼭 필요한 것이고 또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봐. 사실 합리적 사고를 거쳐 행동하는 것보다 행동해놓고 합리화하는 게 훨씬 쉽잖아. 쉬운 것을 선택하는 게 자연스럽고. 그래서 '자기 합리화'를 부정하거나 비난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아. 오히려 사람이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으니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는 쪽이야. 굳이 정리하면 이렇게 되겠지.


내 선택은 합리적 사고가 아니라 '자기 합리화' 틀을 거쳐서 나온다. 그래도 합리적일 수 있고, 그래서 비합리적일 수 있다.


이거 인정하면, 주둥이보다 귓꾸녕이 쫌 열리지 않을까?


사실 '자기 합리화' 종목만 놓고 보면 우리 좌빨도 만만찮아. 오히려 그쪽 종목에 특화된 면도 있지. 그 얘기는 나중에 하고.


어쨌든 정리하면 '자기 합리화'는 당연한 인간 본성이라는 것. 그러므로 인식과 사고, 행동 그리고 선택까지 바꾸려면 그 사람이 자기 합리화를 할 수 있는 계기와 과정, 시간, 장치 등이 필요하다는 것 정도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