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0년 됐나? 안티조선 운동하던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어. 무슨 행사를 마치고 싱글벙글 화기애애 뒤풀이를 하는데, 이 자리에 처음인 듯한 사람이 갑자기 물었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왜 나빠요?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어. 한쪽 구석이 웅성거리는가 싶더니 파도처럼 거세지며 좌중이 야유로 가득찼지. 왜 당연한 걸 물어보냐! 어디서 굴러먹은 개뼈따구냐! 뭐 이런 분위기였겠지. 그때 그 친구 표정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까지. 모르긴 해도 다시는 그 자리 안 왔을 것 같다.
편을 만들지는 못할 망정….
자, 이걸 2013년 어느날 좌빨들이 화기애애하게 술 마시는 자리로 옮겨보자. 한참 명박 정권에 대한 비난과 근혜 정권에 대한 걱정을 진지하게 풀고 있는데 누군가 물어.
그런데, 이명박이 왜 나빠요?
박근혜가 뭐 잘못했나요?
어때? 조곤조곤 설명해 줄 자신 있어? 조금 더 레벨을 높여 볼까?
쌍용차는 왜 저래요?
비정규직 노동자는 철탑만 올라가면 다 해결되나요?
어때? 짜증나지 않아? 쓰는 나도 심장이 벌렁벌렁한다. 그런데, 이걸 부드러운 목소리로 재밌고 살가우면서 뭉클하고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같은 질문을 어디서나 몇 번을 받더라도. 왜냐고? 새누리당 사람들은 하거든. 뒤에서 뭐라고 개무시하든 앞에서는 정말 잘 하거든. 편 따위는 구별하지 않고.
뻔한 내용, 반복 좀 하면 어때?
질문 같지도 않은 질문 한다 싶어도 짜증 내지 말았으면 해. 그래도 물어보는 게 어디야? 깐깐한 좌빨들한테 물어보는 것만 해도 어디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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