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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사빨

[어사빨](7)주는 사람 생각, 받는 사람 생각

이를테면 이런 거야. 내가 집에서 쉬는 날에 밥도 하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애도 씻기고… 뭐 할 수 있을만한 살림은 다 했어. 그리고 아내 앞에서 얼쩡거린다. 왜? 칭찬 좀 받으려고. 이 상황에서 무릇 전략이 뛰어난 아내라면 무척 칭찬할 거야. 더 부려먹으려고. 하지만, 매사 솔직담백한 아내께서는 그냥 쌩까시더라고.


나는 맨날 하는 거 하루 쫌 했다고



그거 좀 했다고…


이런 마음이겠지. 여튼, 사람들은 예민한 면이 있어서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더라도 내가 훌륭하다고 티내는 사람을 보고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말이 좀 복잡하군. 그러니까 내가 웃기다, 이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반드시 웃을 것이라고 티를 내는 사람을 보고 웃지는 않는다고.


특히 우리 좌빨들이 선의 가득한 자발적 참여를 굉장히 높게 치는 경향이 있잖아. 그래서 억울한 폄훼나 질시, 모함, 무시를 그만큼 견디지 못하는 면이 있지. 갑자기 생각났는데 이것도 꽤 중요한 문제군.


새누리당 사람들이나 알바들은 그래도 일을 하면 합당한(?) 대가를 받더라고. 그게 말이야 대가를 받고 안 받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일을 하면서 더러운 꼬라지를 접했을 때 견딜 수 있느냐 없느냐 '내구성'에서 차이나거든. '더러워서 못하겠다'와 '더럽지만 참는다' 차이야. 이거 살아가는데 굉장히 큰 차이다. 이 차이에 대해 겸손하지 않는 좌빨들은 개인적으로 무시해.



참는다는 거… 중요하다.


어쨌든, 가장 깨지기 쉬운 연인 스타일 중 하나가 이런 거 아닌가 싶어. 주는 사람은 지나치게 과장하고 받는 사람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심지어 짜증스럽게 받아들일 때. 그런데 우리 좌빨과 어르신 관계가 이거 좀 비슷한 것 같아.


일단 이처럼 코드가 어긋나는 경우는 대체로 상대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경우가 많잖아. 우선 좌빨들은 태생적으로 꼰대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테고, 어르신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런 거 같어.


세상에 선의 가득, 대가 없는 자발적 참여라는 게 어디 있어?


그래서 대체로 이런 결론으로 가지 않나 싶어. 제 정신이 아니다, 누군가한테 꼬였다, 뭔가 생각이 문제가 있다…. 이해가 잘 안 되면 이거 생각해봐. 길이나 지하철 같은 데서 누구 믿으라며, 때로는 아무한테나 나무라기까지 하는 종교에 심취한 어르신들 있잖아. 종교에 푹 빠져서 왜 저러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어르신들. 그분들 보는 우리 좌빨 마음이나, 좌빨 보는 어르신들 마음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뭐 매우 억울하시겠지만….


어쨌든 이번 결론은 이거다. 내가 오로지 공동체를 걱정하며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좌빨이라는 거 그렇게 티나게 내세우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차라리 어르신들께서


아니! 저렇게 훌륭하고 바람직하며 경우 바르고 매력적인데다 생각도 기발하며 센스 넘치고 똑똑한 젊은이가 좌빨이야? 그렇다면 좌빨도 괜찮은 거 아닌가?


이렇게 사고가 진행되도록 애쓰는 게 괜찮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