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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사빨

[어사빨](8)느슨한 연대

어르신들을 만날 때면 종종 호구조사를 받을 때가 있어.


고향은 어딘고? 학교는 어디 나왔어? 이 씨라고? 어디 이 씨?


겹치는 게 없다 보면 결국 누구 아느냐까지 나와. 좌빨은 가볍게 생각하는 것들이지. 그런데 어르신이 이렇게 집요하게 호구조사를 하는 이유는 뭘까? 결론은 이거야.


우리가 남이가?



친구 아이가!


쫌 우습지? 그런데 우리가 남이냐는 접근이 어르신 사이에서는 중요해. 그렇게 뭐라도 하나 고리를 만들어놓으면 부쩍 친해지는 거지. 느슨한 연대가 이뤄지는 순간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이거야. 새누리당 사람들은 사소한 거 하나라도 겹치면 적당하게 같은 편이라고 퉁쳐. 심지어 자기를 욕하는 사람 앞에 서도 일단 손부터 덥석 잡는다고.


그런데 우리 좌빨은 같은 편으로 묶는 과정부터 까다롭다. 게다가 어렵게 같은 편이 돼도 사소한 차이로 모질게 등을 돌리기도 하지. 사소한 공통점으로 언제든지 같은 편이 될 수 있는 그쪽과 같은 편에게도 모진 우리. 어쩔껴?




우리 좌빨이 반드시 지켜야할 가치가 라면이라고 치자. 그러면 라면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도 있을 거다. 죽어라고 싫어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라면 부동층께는 그냥 '라면 드셔보세요', '라면 좋아해주세요' 하면 되는 거다.


그렇게 먹겠다는 사람에게 면을 먼저 넣느냐, 스프를 먼저 넣느냐, 계란 노른자를 흐트리느냐 마느냐, 양파를 넣니 마니 따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더군다나 '라면을 잘 모르시네' 이러면서 졸라 잘난척까지 하면. 내가 어르신이라도 더러워서 안 먹고 만다.


'흩어지면 죽는다, 흔들리면 죽는다'라는 결기도 중요하지만, '느슨한 연대'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해. 결국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사결정 구조가 '대가리 수'라면 더욱 그렇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