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사빨

[어사빨](9)정책과 정치 사이

정치인에게 '정책'이 중요할까 '정치'가 중요할까. 당연히 정치가 중요하다. 정책이 중요하면 '정책인'이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물론, 정치도 중요하고 정책도 중요하지.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그렇다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 좌빨은 정책은 먹어주는데 정치는 개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더라. 정치를 졸라 얍삽하고 계략 꾸미고 거짓부렁이고… 뭐 그런 것으로 보는 건가?



정치? 정책? 그냥 기분 나뻐?


어쨌든 정치가 뭘까. 그냥 정권 획득과 정권 유지를 위한 모든 시도라고 퉁치자. 정책은 정권을 매개로 유권자를 챙겨주는 모든 시도 정도면 괜찮을까.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은 정치에 대단히 충실해. 정치를 잘하면 정책은 쫌 못해도 정권을 챙길 수 있고, 정권만 지키면 나머지야 뭐….


반면 우리 좌빨은 정책에 무게중심이 쏠리지. 정책도 안 되는 것들이 정치를 하는 것을 완전 개무시하잖아. 좋은 정책을 내놓는 게 좋은 정치고, 좋은 정치를 하면 정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그렇게 차곡차곡 단계를 밟으면 말이야. 그런데 현실은….



계산 대로 안 되지? 안 되잖아!


다시! 그렇다면 정치란 뭘까? 그래, 또 이렇게 물어보니까 애매하네. 이번에는 퉁치는 대신, 예를 쫌 들어보자.


통영시장 하셨던 분이 있어. 그분이 당을 쫌 요리조리 옮겼거든. 물론 이인제 선수와 비교할 수 없지만 상당히 다이나믹한 당적 보유자다. 2006년 지방선거 때 이분이 후보로 나왔는데, 상대 후보들이 가만히 있었겠어? 당적 문제로 졸라 갈궜지. 철새 레퍼토리 반복하면서. 그런데 이분 대답이….


그래! 나 철새 맞다. 통영시민에게 행복을 물어다주는 철새다!


이분 당.선.됐.어.



정치적으로 훌륭할 뿐 아니라, 철새들 명예까지 회복한 발언.


2005년인가? 쫌 가물가물하네.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에 한나라당이 격하게 반대하며 나름 팀을 구성해 대책 마련을 고민해. 하루는 이 팀이 비공개 회의를 하는데 그 틈에 끼어앉은 적이 있어.


그런데 그 자리에 참석한 의원 한 명이 제법 참여정부 정책과 비슷한 부동산 정책을 내놓기 시작해. 이분이 그쪽 업자 출신이어서 그 바닥을 잘 아는가 보더라고. 한참 얘기를 하는데, 회의를 진행하던 3선(?) 의원이 갑자기 말을 끊으면서 이런 말을 하더라.


○ 의원, 우리가 먼저 잘 생각할 게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을 내놓느냐', '제대로 된 것처럼 보이는 부동산 정책을 내놓느냐' 이거요.


한나라당, 부동산 정책 싸움에서 결국 버텼어.


어때? 정치라는 게 감이 와? 이런 생각이 들어. 잘못 세운 정책은 잘못된 결과를 낳게 돼 있어. 하지만, 그런 잘못도 뒤집을 수 있는 게 정치 아닌가? 그리고 어르신에게는 확실히 정책보다 정치가 먹혀.


성질머리 맞지 않다고 정치를 가볍게 여기지 말자. 세상에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사는 사람 그렇게 많지 않다. 특히 사람 마음 얻는 게 어디 쉽나정책도 중요하지만 정치도 필요해. 그리고 백 번 양보해서 정치를 아무리 개무시하는 좌빨이라도 정책을 더욱 쉽게 알리고 힘을 모으는 것 역시 정치라는 점은 잊지 말기를 바라.


그나마 다행스럽고 안타깝게도 우리 좌빨에게 정치력 돋는 정치인과 얽힌 추억이 하나 있기는 있네.



내 아내를 버리란 말이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