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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사빨

[어사빨](11)욕구는 쎄게, 실현은 쉽게

오랜만이군. 보면 알겠지만 글이 연짝으로 나올 때는… 바쁠 때고, 한동안 안 나올 때는 '완전' 바쁠 때다. 그러니까 나는 한가함을 추구하는 사람이지 한가한 사람은 아니라는 거… 제발 믿어줬으면 좋겠어.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바쁘다구!


혹시 들어 본 얘기인지 모르겠어. 나도 어디서 본 얘기라서 정확하게 기억은 못하겠고 맥락만 옮길게. 대충 이런 얘기야.


… 지하철에 어떤 아저씨가 타. 그리고 승객들을 향해 뭐라 말을 하지. 당연히 사람들은 잡상인이라고 생각하고 외면했어. 그런데 얘기 내용이 자기 딸이 매우 아파서 큰 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거야. 아! 구걸하는가 보다…  사람들은 아예 신경을 끄려고 하지. 그런데 그 아저씨 부탁이…


여기 모이신 분들이 딸을 위해 함께 기도해주시길 부탁합니다.


갑자기 승객들은 숙연해졌다고 해.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진짜 기도를 하더라는 거야. 어때? 무슨 생각이 들어?


사람은 보통 하고 싶다는 마음과 실현하는 방법이 난이도가 반비례할수록 빠져들어. 의지를 실천으로 옮길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이야. 그러니까 하고 싶다고 생각되는 일이 쉽기까지 하면 덜컥 실천하게 돼. 반면, 하기 싫은 일이 어렵기까지 하면… 때려치우는 거지 뭐.


만약 갑자기 지하철에 나타난 아저씨가(실화인지는 모르겠다만) 승객들에게 딸이 아프니 1000원씩 달라고 했어봐. 일단 사람들 대부분이 믿지도 않았을 거야. 그리고 지갑에서 1000원 덜렁 빼기가 쉽나. 그런데, 일단 돕는 방법이 손해보는 것도 아니고 너무 쉽잖아. 아저씨 진심을 의심하지 않아도 되고. 그렇게 기도를 하게 되면 사람 마음이라는 게 조금 움직이게 돼. 왜? 자기가 한 행동에 대해 합리화를 해야 하거든.


마음이라는 것은 그런 사소한 지점에서 움직이는 것 같아.



난 진짜 유성물감과 칼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 점에서 우리 좌빨들은 밥 아저씨(사진)를 배울 필요가 있다. 만약 우리가 만들고 싶은 세상이 저 그림이고, 우리가 설득해야 할 사람들이 저런 그림에 관심조차 없던 사람이라면 이 상황에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선동가는 밥 아저씨야.


한 번 보면 저 세계에 빠져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거든. 재료만 있으면 금방 할 수 있을 것 같어. 참 쉽죠? 참 쉽죠? 몇 번 들으면 당장 물감과 나이프를 사고 싶더라고. 밥 아저씨… 갑자기 보고싶군.



가자는 대로 가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좌빨이 그리는 세상이 어르신께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면, 그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쉽고 간단해야 한다. 사실 그 작업이 가장 어려워. 디테일한 방법을 내놓지 못해서 미안해. 그냥 좌빨 뭐라하는 어르신들, 손이라도 한 번 꼬옥 잡아드려. 지금은 여기까지가 내 한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