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사빨

[어사빨](10)싸가지 없어서 싫다?

좌빨을 불편하게 여기는 어르신께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싸가지 없다'는 것에 대해서 좀 생각해봤어. 3분 23초 정도 고민하니 두 가지 정도로 정리가 되더군.


첫째, 뭐 사실이라는 거. 좌빨이 쫌 싸가지가 없기는 해. 환경과 환경을 만드는 체계(System)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는 좌빨은 예절, 매너, 의전 같은 것을 허세 또는 사치라고 생각하는 면이 있지. 더군다나 못마땅한 환경과 시스템을 만들고 그것을 누리는 듯한 꼰대들과 마주치면, 싸가지 지수는 급속도로 낮아져.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으니까. 그런 예민함과 결기가 없으면 좌빨 하기도 어렵지. 싸가지 없다고? 인정!



우리가 쫌 불만이 많다!


그런데 '싸가지 없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어르신이 좌빨을 미워한다고 퉁치기에는 뭔가 애매한 게 있어. 우리 좌빨도 잘 알겠지만, 좌빨 중에도 진짜 선하고 매너 좋은 사람 많잖아. 누가 봐도 괜찮은 사람. 그리고 깨놓고 얘기해서 새누리당 사람들 중에는 싸가지 없는 사람들이 없나? 그쪽도 매너로 따지면 완전 밥맛 떨어지는 인물들 많아. 그런데도 어르신에게 싸가지 없는 쪽은 꼭 좌빨이야. 이게 뭘까? 12분 정도 지나자 뭔가 하나 스쳤어. 벼락같이!  



벼락같은 깨우침? 아니, 그냥 겐또.


아! 싸가지가 없어서 싫은 게 아니구나. 어르신이 불편한 것은 그냥 싸가지 없는 게 아니었어. 보니까 앞에 뭐가 생략됐더라고. 바로 이거!


(조또 없는 또는 아닌 게) 싸가지 없어!


그 '없다'는 '돈이 없다'는 말이야. '아니다'는 '힘(권력)이 없다'는 말이지. 그러니까 '싸가지 없는 좌빨'이라는 말은 정리하면 이렇게 돼.


돈도 없고 힘도 없는 것들이 싸가지도 없어!


어르신이 보기에 우리 좌빨은 '보잘 것 없는 것들이 늘 아는 척하고, 우리가 잘 적응하며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불만이 많으며, 항상 시끄럽기 짝이 없어 짜증나는 어린 녀석들' 아닐까? 그러니까 어르신들은 싸가지 없는 게 싫은 게 아니라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이 뭐라 하는 게 싫은 것 같아.



힘이 있든, 돈이 있든 말이야.


이거 한 번 생각해봐. 현재 어르신들에게 그래도 좀 먹어주는 좌빨 진영 정치인이라면 안철수와 박원순 정도일 거야. 왜일까? 한 명은 성공한 CEO, 다른 한 명은 현직 '서울시장'이잖아. 일단 돈과 힘은 돼. 아닌가?


그런데 그런 '우량 좌빨'이 어디 흔하나? 남부럽지 않은 돈 또는 힘이 있으면서 좌빨 감성 충만한…. 흔하지는 않겠지만 또 없지도 않을 거야. 그런데 문제는 그런 '우량·우수 좌빨'을 우리 평범한(?) 아니면 골수(엘리트) 좌빨들은 또 어떻게 생각할까. 역시 쉽지 않은 문제야. 이건 다음에 얘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