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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2015년 9살

묵찌빠

슈퍼에 누가 다녀오느냐를 놓고 네 엄마와 잠시 신경전을 벌인 거 봤지? 이런 상황에서는 역시 '가위·바위·보'란다. 좀 색다르게 마주앉은 채로 종이에 각자 낼 묵찌빠 순서를 적기로 했지. 심판은 네가 맡았잖아.


"예지, 엄마 뭐라고 적었어?"

"빠, 묵, 찌."

"그러면 아빠는 뭐라고 적었지?"

"찌, 빠, 묵… 엥? 아빠, 엄마 거 보고 적은 거 아냐?"


아가, 됐고. 아빠가 엄마 맘을 훨씬 잘 헤아린단다. 그런 의미로 슈퍼도 다녀올 거고. 그나저나 3대 0이 뭐니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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