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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사빨

[어사빨](16)어르신이 달라졌어요 Step4

3단계까지 통과하신 '감정코치형 좌빨' 여러분들께 일단 격려 보내. 인정받지는 못하겠지만, 큰일 한 것 맞아. 애정을 두고 관찰하며, 의사소통을 하고, 상대 감정을 듣는다는 것… 이 과정은 꼭 어르신으로 한정하지 않아도 사람을 대하는 좋은 자세이기도 해. '감정코치형 대화'가 결국 어르신을 꼬시지 못하더라도 더욱 넓고 깊은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는 자산은 될 거야.


4단계는 '감정을 의식하도록 돕기'라고 돼 있어. 좀 어렵지? 감정코칭은 어쨌든 감정을 드러내는 원인을 스스로 인식하도록 돕는 것까지가 1~4단계 과정이야. 마지막 5단계 들어서 '함께 해결 방법을 찾는다'가 나와. 결국, 80%가 드러낸 감정을 두고 그 정체가 무엇인가를 따지는 작업이지.



감정… 넌, 뭐냐?


앞에도 얘기했지만, 감정이라는 게 원인과 결과가 딱 맞아떨어지지 않아. 화를 내지만 그 원인이 다른 데 있을 수 있고, 화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짜증인지 투정인지 관심요구인지 그것 또한 분명하지 않지. 골 때리는 것은 그 감정을 자신도 잘 모른다는 거다.


그러니까 내가 뭔 일로 열받았는데 옆에서 막 달래주잖아. 그런데도 전혀 위로가 되지 않고 분이 삭혀지지 않는 경우 있을거야. 이는 주변에서도 내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모를 뿐 아니라 자신도 정확히 그 감정을 해석 못하는 경우라고 보면 돼. 감정코칭 4단계는 이 상태를 벗어나는 과정이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오해한다고!


자, 뭐 답은 아니겠지만, 이런 멘트를 한 번 쳐보자. 그리고 그 반응에 따라 어르신 감정 상태를 확인해보자고. 그리고 지금부터 나오는 예시는 한 가지 시도지, 모범답안이 아니라는 거 잊지 말자.


저도 저런 집회만 보면 막 화가 나요. 대형마트 열지 말라고 시장 사람들 집회하지, 등록금 내려달라고 집회하지, 아! 심지어 할아버지들 거리에 나와서 집회하는 것도 이해가 안 돼요. 오죽하면 저러겠나 싶어도 너무 자기들 생각만 하는 것 같아서요. 정말 화가 나지요. 저런 집회하는 사람들은 경찰이 모조리 가뒀으면 좋겠어요. 어르신도 저런 모습 보면 화나지 않나요?


질문에 들어 있는 장치를 주목하자. 여러 주체를 섞은 이유는 집회 자체가 싫은 것인지 특정 주체가 싫은 것인지를 확인하는 게 목적이야. '화'라는 말을 자꾸 집어넣은 것은 그게 정말 '분노'인지, 그냥 짜증인지, 안타까움인지 등을 확인하는 장치지. 경찰을 집어넣은 것도 어르신 성향을 파악하는 중요한 장치가 될 거야. 여튼 중간 중간에 어르신이 아무 경계 없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함정을 만들어 봐.



좋은 함정 역시 많은 대화에서 나오겠지.


중요한 것은 여전히 우리는 말하기보다 듣는 쪽이어야 한다는 것. 어르신이 입이 풀리면 적절한 '리액션'도 잊지 말아야 해. 어쨌든 4단계 최종 목표는 어르신에게서 대충 이런 답이 나오면 될 것 같아.


나는 촛불집회를 보면          때문에           상태가 돼.


앞에 빈칸에는 원인이, 뒤에 빈칸에는 감정 상태가 나와야겠지. 뭣 때문에 열받는다, 화난다, 짜증난다, 안타깝다, 짠하다… 같은 내용이 아마 정리가 될 거야. 그 상황과 감정 상태를 우리 좌빨과 어르신이 공유하는 거다. 이 과정에서 처음 뉴스를 봤을 때 감정 상태를 잊는 분도 있을 테고, 아마 더 격해지는 분도 있을 거야. 자신을 알아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어르신들은 지금까지 이런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 이분들이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다른 사람과 이런 식으로 서로 존재를 인정하며 대화를 나눠 본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종종 실패할 수 있겠지만, 때로는 매우 엄청난 성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라고 추정해. 여튼, 여기까지 온다고 욕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