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5단계다. 일단 자기를 토닥토닥 해줘. 정말 수고했어. 내 아는 범위에서 어르신을 상대로 감정코칭 4단계까지 성취한 좌빨은 없다. 이제야 '해결 방법을 함께 찾기'가 나와. 사실 이 과정을 위해 앞에 '쌩고생'을 한 거야. 다시 말해 마지막 5단계에서 그르치면 우리 헌신과 상관 없이 앞에 4단계가 의미 없는 것이 된다. 세상 일이라는 게 그런 것 같아. 10만큼 하는 사람과 100만큼 하는 사람이 차이 나는 게 아니라 99만큼 하는 사람과 100만큼 하는 사람이 차이가 나더라.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어.
그래, 꼭 한끗 차이다.
그럼에도 5단계까지 와서 이렇게 하면 어르신들이 꼴딱 넘어온다는 디테일을 내놓지 못하겠어. 그게 그렇게 간단하면 진작 좌빨 세상이 왔겠지. 어쨌든 그냥 가보자. 만약 어르신이 4단계 과정을 통해…
난 촛불집회를 보면 불만만 있으면 튀어나오는 것 같아 안타까워.
…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치자. 그러면 우리 좌빨은 먼저 우리가 생각하는 불만 밀도와 어르신이 생각하는 불만 밀도를 같은 수준으로 맞춰야 해. 그리고 촛불 들고 나오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는지 '함께' 고민해야겠지.
안타깝다면 안타깝지 않을 방법은 뭐가 있을까를 물어야 할 거야. 여기서 어르신이 이전 관점보다 조금이라도 진보한 의견을 내놓는다면 가열차게 격려해야 한다. 리액션! 안 까먹었지? 계속 정체하거나 뒤로 가는 의견을 내놓는다면 짜증 내지 말고 그냥 물어봐. 이 정도 멘트가 좋겠군. 어르신들 가오 좀 살릴 수 있도록.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우리가 경험이 없어서…"
이렇게 가다 보면, 어르신들이라고 뭐 뾰족한 수가 있겠어? 평소 깊게 생각할 리가 없는 내용이잖아. 얼쭘 좌빨들 생각 근처 비슷하게 나오는 순간이 있을 거야. 그럴 때 덥석 퉁치면 되지 않겠나 싶어. 그러나…
날로 먹기가 쉽지는 않잖아.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는 않잖아. 그래서 요까지 고생해서 왔는데 미안하지만, 우리 '감정코칭형 좌빨'들이 욕심을 내면 안 될 것 같아. 저 꽉 막힌 어르신을 좌빨로 꼬셔야지 생각하면 절대 그 목표를 성취할 수 없을 거야. 사람이 은근히 예민해서 상대가 목적을 품고 접근하면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스물스물 올라와. 산전수전 다 겪은 어르신들 역시 그런 본능쯤은 있다고 봐. 감정코칭 5단계에 임하는 우리 좌빨이 취할 자세는 바로 이거 아닐까.
1. 어르신들이 좌빨을 싫어하는 이유를 제대로 알자
2. 그리고 최소한 밉상은 되지 말자.
이 정도만 성취해도 매우 훌륭해. 교감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감정이라는 건 시도와 선언 만으로 되는 게 아니야. 꾸준히 쌓아가는 거지. 그런 점에서 우리 좌빨들이 어르신과 견줘 인내가 부족하다는 것은 인정해야 해. 결과적으로 장기전에 약하지. 어르신과 감정코칭을 통해 그런 장점은 좀 배워둬.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감정코칭이 만병통치약은 아냐. '감정코칭 원본'에는 엄연히 '감정코칭을 하지 말아야 할 때'도 언급하고 있어. 마지막으로 그것만 정리하자.
이런 자세가 항상 좋은 건 아니다.
1.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 어르신이 솔직해질 수가 없다.
2. 시간에 쫓길 때 : 얘기 들을 자세는 돼야 할 거 아냐?
3. 지나친 흥분 상태일 때 : 일단 너 자신이나 달래라.
4. 목적 달성 의도가 있을 때 : 의도가 보이면 실패. 사람은 예민하거든.
Step 5까지 따라온다고 욕봤어. 다음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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