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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사빨

[어사빨](18)집회 기술 Step1

먼저 연재 순서에 착오가 있었다. 원래 '부록'에는 번호를 붙이지 않았는데, 지난번 부록에 (18)을 썼어. 그러니까 연재 순서로 보면 이번이 18회가 되는 게 맞아. 이번 연재까지 정리하면 프롤로그 1회, 부록 3회, 연재 18회니 모두 22회째 연재가 돼. 늘 '완벽한 모습'을 기대했던 분들께 쬐끔 미안해.


드디어 집회 얘기다. 당연히 헌법이 보장하고, 민주시민이 반드시 누려야 할 권리이며, 힘 없는 이들이 모여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이지만… 나라에서는 졸라 갈구고 개무시하며 어르신들은 짜증내는 그거.




여기서 짚으려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집회의 기술'이야. 특히 방점은 '기술'에 있어. 분명히 강조하지만 지금까지 열렸던 모든 집회와 앞으로 열릴 모든 집회 내용과 형식을 존중해. 저마다 사정이 있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데, 한 발짝 떨어져서 뭐가 어떻다 저떻다 하는 건 마땅하지 않아.


다만, 으레 하는 집회도 있잖아. 해마다 때가 되면 한다 싶은 것들 중에 참여하면서도 쬐끔 지겨워지기도 하는 그런 것들. 그런 집회가 있다면 이런 것도 한 번쯤 생각했으면 좋겠어. 일상적이고 당연한 것에 대해 의심하는 거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해.


1. 우리에게 절실한 게 우리가 아닌 이들에게 얼마나 절실할까?

2. 우리에게 절실한 게 우리가 아닌 이들에게도  절실하게 보일까?

3. 우리에게 절실한 게 과연 우리에게도 절실할까?



얼마나 절실하고, 절실하게 보일까?


'절실함'을 얘기하니 하나 생각나는 게 있군. 2011년이었나? 부산저축은행 비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어르신 피해자들이 많았거든. 당시 김해에서 피해자 어르신들 집회를 우연히 봤어. 200명 정도 모였나? 대부분 시장에서(저축은행 이용자들이 시장에 많아) 장사하시는 50~60대 어르신이야. 모두 앉아 있고 한 명이 나와서 마이크 들고 얘기하는데, 보통 집회가 이렇잖아. 앞에 나온 사람이 네 박자 구호를 외치면 앉아 있는 사람이 따라하고. 예를 들면


저축은행 싸고도는 엠비정부 물러나라!

물러나라! 물러나라!


뭐 이런 식이잖아. 그런데 이분들이 평생 집회 같은 걸 해 봤겠어? 그런 구호도 준비한 게 없고, 익숙하지도 않은 거야. 그러니까 앞에 나온 아주머니가 뭐하는지 알아? 20~30분 동안 욕만 하더라고. 아주 쌍욕만


야 이 씹쌔끼들아 내 돈 내놔라! 내 돈 내놔라! 이 개 쌍노무 새끼들아 내 돈 어디 다 처먹었냐! 내 돈 내놔라 이 씹팔 새끼들아! 개 잡노무 새끼들아 내 돈 처먹고 너거들 배때지는 따시냐! 이 씹어먹을 새끼들아!


이런 욕을 20분 넘게 해. 그러다가 진이 빠지면 다음 타자(?)가 나와서 또 20~30분 욕만 하는 거야. 굉장하더라구. 그나저나 이 어르신들 누구한테 투표했는지 모르겠네 쩝.



피해는 피해고 투표는 투표인가?


여튼, 힘도 없고 빽도 없고 돈도 없는 우리 좌빨이 믿을 게 뭐 있겠어? 그나마 집회가 우리 힘이지. 그런만큼 효율적인 집회 방법에 대해 몇 가지를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그래봐야 팁 정도 수준이겠지만….


당부하는데, 앞으로도 기대 수준을 낮춰. 내가 돈을 달라 했나, 그렇다고 조회수를 높여달라고 사정을 하나, 댓글이나 방명록을 써달라고 한 적도 없잖아. 그냥 기대 수준만 낮춰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