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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사빨

[어사빨]부록4-좌빨과 어르신이 닮았어

가만 생각해보니까 그동안 좌빨과 어르신들 차이만 얘기를 많이 했네. 소통과 이해는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했거든. 그러다 보니 '저렇게 다른데 어떻게…'라는 부담을 줬을 것 같아.


그래서 알고 보면 좌빨과 어르신이 얼마나 닮은꼴인지를 되새기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내는 이런 점 어떻게 생각해? 문제점을 지적받아도 끝까지 개기는 철없는 좌빨 나부랭이와 냉정하게 비교해줘.


좌빨과 어르신이 닮은 점 첫 번째는 바로 잘났다(고 생각하)는 거다. 물론 그 바탕은 조금 차이가 있어. 좌빨은 다른 사람이 잘 모르는 것을 많이 안다고 생각하겠지. 지적 우월성이라고 하면 되나?(갑자기 그람시를 아느니 모르느니 했던 기자회견문이 생각나는 군).


어르신은 다른 사람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더욱 깊게 잘 안다고 생각해. 그게 굳이 따지자면 경험일 테고.



나야, 나!


두 번째 공통점은 뭘까. '트집 대마왕'이라는 거지. 당연하잖아.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그 세계를 돌리는 체계(system)을 늘 의심하는 좌빨이 해야 할 일이 뭐야? 트집잡는 거 아닌가? 트집을 잘 잡아야 그걸 고치면서 진보하는 거 아니겠어?


우리 어르신도 만만찮아. '내가 해봐서 아는' 어르신들은 해보지도 않은 애들이 하는 짓을 그냥 넘기지 못해.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다고. '시어머니'는 '남편을 낳은 여성'만 뜻하는 게 아니다.



똑바로 하란 말이야!


아는 거 많고 트집잡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또 오지랖도 넓어. 세 번째 공통점은 '오지랖' 되겠다. 생각해 봐. 보통 사람이 먹고사는 문제 걱정만 해도 벅찰 때 우리 좌빨들은 어때? 세계 평화에 환경에 인권에 노동에… 오지랖이 좀 넓나? 그런데 말 나온 김에 하나만 덧붙이자. 사실 먹고사는 문제, 만만한 거 아니야. 그러니까 우리 좌빨이 잘났고 트집도 잘 잡고 오지랖이 넓어 있어 보인다고 해도,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하는 사람들을 깔봐서는 안 돼. 물론 대놓고 그러는 모자란 좌빨은 없겠지만, 그거 마음에서부터 지우지 않으면 표난다. 전에 말했지? 사람은 예민하다고. 어르신 오지랖은 같이 9시 뉴스 한 시간만 봐도 알 수 있으니 넘어가자.


이밖에 찾다 보면 많은 공통점이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이렇게 공통점 많은 좌빨과 어르신들이 왜 사이가 안 좋은지 갑자기 혼란스러워졌어. 너무 닮아서 싫은 건가? 어쨌든 가장 주목하는 좌빨과 어르신 사이 공통점은 바로 이거다! 외.로.움.



옆에 같이 있어주고… 아니, 아니!


생각해 봐. 좌빨은 외로워. 소수 맞잖아. 우리끼리 모이면 외롭지 않다고? 그렇게 따지면 어르신들도 노인정가면 심심하지는 않아. 하지만, 현실은 좌빨도 어르신도 모두 외로워. 외롭지 않다는 것은 주변에 사람이 있고 없고 문제가 아냐. 우리끼리 쿵작쿵작하면 안 외로운 것 같지? 나중에 그 집단이 외로워진다. 외롭지 않다는 것은 나와 다른 대상이 섞일 수 있느냐 없느냐 문제지, 옆에 뭐가 있느냐 없느냐 문제는 아니다.


어쨌든 좌빨과 어르신 관계가 그릴 희망적인 미래를 이 외로움에서 찾곤 한다. 외로운 사람들끼리 누가 더 외롭냐, 누가 더 외로워져야 하느냐로 맞짱뜨는 거… 우습지 않나? 외로운 사람들은 함께 모이고 이해하고 품어주고 위로해야 되는 거 아닌가?


외로운 가슴끼리 사슴처럼 기대고 살자


1985년 가요 가사에 나오는 진리 되겠다. 노래 제목은 <인생은 미완성>이다. 미완성 좌빨이라고 생각하는 분들, 시간 나면 한 번 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