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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사빨

[어사빨](20)집회 기술 Step3

야구에서 선발 20승이 뭘 뜻하는지 알지? 시즌 MVP 수준이다. 본 연재 드디어 20회다. 부록 4회에 프롤로그 1회, 즉 20승 4세이브 1홀드 정도 성적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 사진을 보면 시즌 20승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취업(채용)박람회나 결혼박람회를 보면 박이 터지잖아. 그래서 느닷없이 그런 생각을 해봤어. 집회도 박람회처럼 할 수 없을까. 그러니까 우리편 어렵게 모이게 해서 막 늘어 세우지 말고, 100명이 부스 100개 딱 만들어서 사람들이 버글버글하게 할 수는 없을까. 부스 안에서는 우리 사회가 개선돼야 할 내용들이 100가지 주제로 흘러나오고. 그러니까 '가카 정부 규탄 백만 노동자 대회' 이런 거 말고, 뭐 이런 식으로 제목을 정해 보자는 거지.



정부(는) 채용(을 알까) 박람회



멀리서 보면 통하겠지? 그리고 정말 박람회를 제대로 해보자는 거야. 저것들이 저지른 만행을 적나라하고 재밌으면서 섹시하게 볼 수 있도록. 무슨 방법이 없을까?


그래, 사실 취업·결혼은 당면한 문제니까, 인생이 걸린 문제니까, 내 문제니까 하면서 사람들이 버글버글하면서 찾아오겠지. 집회에서 다루는 내용과는 체감 정도가 본질적으로 다를 거야.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자고. 그렇다면, 우리 좌빨이 집회에서 목놓아 외치는 내용이 취업이나 결혼만큼 절실한 문제가 아니었던 것인가? 한미 FTA,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언론 장악, 최저임금 같은 문제가 취업이나 결혼보다 못한 하찮은 문제인가? 우리에게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 문제냐 말이지. 그러면 고작(?) 그런 문제 갖고 모여서 그 난리를 피운다는 얘기야? 아.니.잖.아!



집회 박람회를 이렇게 하면? 여기는 중국이라는군.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집회는 같은 문제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이만큼 모였다는 것을 '과시'하는 자리만 돼서는 안 된다. 모인 사람만 절실한 문제가 아니라 지나치는 사람에게도 절실한 문제로 만들 수 있는 자리가 돼야 하지 않을까. 왜 최소한 취업·결혼보다 절실한 문제를 우리 아닌 사람들에게 절실한 문제로 만들지 못했는가를 고민하자는 거야. 그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정말 '기획'이라는 게 필요할 것 같아. 그리고 그 기획은 공급자가 아니라 철저하게 수요자 시각에서 이뤄져야겠지. 그것도 우리 편이 아니라 '네편 내편도 없는 사람들' 수준이라면 더 좋고.


이를 위해서라면 취업·결혼 박람회는 물론, 엑스포, 비엔날레, 지역축제, 전국노래자랑, 야구장, 영화제, 각종 시상식 등 모든 것을 표절… 아니, '벤치마킹'해도 괜찮을 것 같아. 이런 건 좌빨 영감탱이(나이 아니다!)가 아니라 좌빨 꿈나무들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집회 얘기는 다음에 한 번만 더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