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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사빨

[어사빨]부록5-너 같으면 하겠냐?

오랜만이다. 믿는 사람들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바빴어. 그리고 몇 가지 뉴스와 현상에 대안 고민도 있었고. 더욱 놀라운 것은 거의 다 썼는데 '아직은 때가 아니다', '논리적으로 부족함이 있다' 같은 이유로 몽땅 지운 글이 2개 있었어. 이런 성찰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해.


그런데 그동안 사연을 궁금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없더라. 그래 알아. 여러분이 내성적이고 부끄러움이 많다는 거, 그래서 표현을 잘 못하는 거 이해한다.



졸라 부끄러움쟁이들 같으니라구.


얼마 전 북한 3차 핵실험에 대해 내가 아는 좌빨 꿈나무 나부랭이가 대충 이런 식으로 논리를 진행하더라.


1. 북한이 잘못하기는 했다.

2. 그런데 그 원인은 한미 정부다.

3. 특히 미국은 핵무기 가장 많은 나라다.

4. 한국 정부도 평화적 노력을 한 게 하나도 없다.

5. 미국부터 핵을 폐기하고, 한미 정부는 대화에 나서라!


여튼 이 같은 복잡한 논리 진행 때문에 '우리는 절대 북한만 잘못했다고 할 수 없다'는 태도가 나와. 그 이유가 '제국주의와 수구꼴통 세력들에게 휘둘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풉!


아! 미안하다. 뭐 다른 건 그렇다치고 '휘둘릴 수 없다'는 결기가 딱 휘둘리는 이유처럼 보여서 말이야. 나 같으면 '북핵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으면 '골때리는 새끼들…'이라고 끝내. 만약 정치적 수사가 필요하다면


평화적 통일을 위한 한국 사회 내부에서 이뤄지는 모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행위에 대해 유감이다.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 뭘 그렇게 말을 갖다 붙이면서 결과적으로 딱 휘둘리기 좋은 논리와 말씀을 내놓으시는지 안타까워. 그런데 훨씬 더 안타까운 것이 뭔지 알아? 사실 그것 때문에 '부록' 쓰는 거야.



아! 눈물난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구호야. 미국은 뭐 해라! 정부는 뭐 해라! 새누리당은 뭐 해라! 같은 거. 언젠가부터 우리 좌빨들 성명이나 논평, 구호 심지어 대화에서까지 '누구는 어떻게 해야 한다'로 끝이야.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하도록 하여라'라는 구조인데… 난 이런 것들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어.


조또, 너 같으면 하겠냐!


그러니까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하도록 하여라'라는 구조는 을(乙)에게 갑(甲)이 하는 말로 적당한 거 아닌가? 뭐라도 쎈 놈이 뭐라도 약한 놈에게 하는 말 아니냐고? 아니, 심지어 나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는 7살 딸조차도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하도록 하여라'라고 시키는 족족 개기는데…. 어디 허약한 좌빨들이 논리와 당위성 만으로 뭘 시키냐는 말이지.



힘 없으면 말린다. 엉?


그러니까 쎈 놈들에게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하도록 하여라'라는 구조는 의미 없어. 그냥 아무 의미가 없는 말이야. 좌빨이 이런 말만 반복한다면, 그건 세상을 바꿀 의지가 없다고 봐도 될 것 같아. 내가 그래도 좌빨인데, 좌빨로서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쌓았는데 뭐 이 정도 말씀은 해 줘야지… 에서 머무르는 것 같아. 그렇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바로 이런 구조다.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으 우리는 이렇게 하겠다!


여기서 '우리는 이렇게 하겠다'에 해당하는 부분이 상대에게 치명적일수록 훌륭하겠지. 이런 것을 두고 '실력행사'라고 한다. 그 '실력행사'가 지닌 파괴력과 요구가 지닌 효력은 비례할 수밖에 없어. 좌빨이 정말 노력해야 할 부분이 바로 '실력행사'가 지닌 파괴력을 평소 키우는 거야. 그게 연대가 됐든 뭐가 됐든. 그 파괴력이 없다면 구호는 그냥 우스워지는 거지.


'핵 최다 보유국인 미국은 당장 스스로 핵무기를 폐기하라'라는 요구가 우스운 이유는, 내용이 우스워서가 아니야. 폐기하지 않을 경우 맞설 수 있는 '실력행사'가 딱히 없기 때문이지. 그럴 때는 구호를 차라리 겸손하게 '…폐기하기 바란다', '폐기했으면 좋겠다'로 바꾸는 게 맞아.



상대가 겁은 먹어야 할 것 아냐?


상대에게 뭘 요구하고 싶으면 상대가 그렇게 하지 않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실력행사'가 뭐가 있는지를 고민해야 해. 없다면 그것을 키울 때까지 참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렇지 않으면, 우리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가 무엇인가 정당한 것을 요구할 때마다 이렇게 얘기할 거야.


조또 아닌 것들이 불만만 많아가지고….


전에 얘기했잖아. 어르신들이 싫어하는 것은 불만 많은 것들이 아니라, 힘이 없는 것들이라고. 가끔 복습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