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사빨

[어사빨](19)집회 기술 Step2

한 번 모이면 그 위세는 당당하기 짝이 없다. 참여한 사람마다 상대에게 질 생각은 전혀 없어. 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절대 기죽지 않지. 박자 하나 어긋남 없이 꾸준하게 되풀이하는 구호는 상대에게 충분하게 위협이 돼. 그 집중력을 2~3시간 이상 유지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강해져. 비록 압도적인 상대 힘에 눌려 흩어지더라도 결코 승리를 포기하지 않지. 바로 또 모인다. 승리를 확신하는 합창이 울려퍼지면 참여한 사람들 얼굴마다 환희가 넘쳐. 많으면 한 번에 3만 명 정도 모이는 이 집회… 뭐냐고?


롯데 자이언츠! 사직 야구장!



집회의 정석.


그래, '집회 기술' 첫 번째 소제목은 대충 이렇게 되겠다. '대중집회를 하려면 롯데처럼'. 상상해봐. 우리 좌빨들이 벌이는 대중집회 분위기가 사직야구장 같다면 어떨까? 아! 상상만 해도 흐뭇하다. 그건 그렇고, 대중집회를 롯데처럼 하자고 퉁치면 쫌 성의가 없겠지. 그래서 주목할 만한 디테일을 살펴보자. 원래 이런 게 중요하거든.



디테일이 중요해. 난 잘 모르겠지만….


첫 번째, 접근성 되겠다. 4년 전 정말 오랜만에 사직야구장을 찾은 내가 처음 놀랐던 것은 상황마다 다양한 구호, 선수마다 다른 응원가, 이를 한목소리로 어긋남 없이 외치는 남·녀··소 관중들이었어. 그리고 더욱 놀랐던 것은 구호도 응원가도 하나도 몰랐던 내가 3~4회 때부터 따라하고 있더라는 거지. 


바로 이런 게 접근성이야. 우리 좌빨들 집회 보면, 집회를 안 해 본 사람은 물론 집회가 익숙한 사람도 구호나 함께 부르는 노래가 어쩐지 낯설고 어설프지 않나? 그래서 간만에 사람들이 제법 모여도 그 숫자만큼 효과를 못 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그런 고민 해본 적 있어?



접근이 아니라 '접근성'이라고.


두 번째, 군중 소리가 확성기 소리보다 작으면 안 된다. 만약 군중 소리가 스피커 소리보다 작으면 그 집회는 절반 이상 실패한 거라고 보면 될 것 같아. 요즘 규모가 쫌 있는 집회 가면 대형 스크린까지 앞에 두고 스피커 소리가 제법 빵빵해. 그런데 문제는 사람이 제법 모였는데도 구호를 외치거나 노래를 부를 때 확성기 소리에 밀리는 경우가 허다하더라고.


사직야구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3만 개 목소리가 모여 만들어내는 울림은 제아무리 큰 스피커라도 감히 흉내낼 수 있는 게 아니지. 그리고 스피커 소리는 키우면 키울수록 짜증나지만, 하나된 목소리는 상관없는 사람에게도 전하는 울림이 있어. 그게 중요하거든. 안에서 참여하는 사람에게도 밖에서 지켜보는 사람에게도….



쪽수보다 중요한 건 울림이지.


아! 그 얘기 하니까 하나 생각나는 게 있네. 규모 있는 집회 때 보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비롯해 '철의 노동자', '파업가' 정도는 불러. 그래도 '임을 위한 행진곡'은 부를 기회가 많아서 좀 사정이 낫지. '앞서서 나가니'인지 '앞서서 가나니'인지 헷갈리는 사람도 있지만, 그 정도야 뭐.


문제는 '철의 노동자', '파업가' 정도 넘어가면 익숙하게 부르는 사람이 확 줄어들어. 그 중 일부는 립싱크를 하지. 당연히 확성기에서 나오는 소리가 훨씬 큰 현상이 나와. 그거 안 돼. 모인 사람들 목소리가 확성기보다 작으면 울림이 없어. 그래서 그쪽에서 일하는 분께 사람들이 잘 아는 노래를 부르든지, 대형 모니터에 자막을 띄우든지 하자니까… 괜찮은 생각이라더니 정작 그렇게 하는 것 같지는 않아. 어쨌든, 많은 사람이 하나로 만드는 목소리에 울림이 있다는 거 밑줄 긋자. 정리하면


1. 사직구장 롯데 팬들은 대중집회 선생이시다.

2. 확성기보다 작은 군중 목소리는 울림이 없다. 실패!


이 정도 되겠네. 어때? 씨원하게 '마!' 한 번 날릴 준비됐나?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