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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 좋아

[신짱](8)편집기자가 보내는 유혹

※ '신짱'은 '신문 짱'을 줄인 말이 아닙니다. '신문 읽는 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부장 짱'을 줄인 말입니다. 2017년 3월 10일 자 경남도민일보입니다.



경남도민일보 2017년 3월 10일 13면.


신문이 다른 매체보다 월등하게 우월한 콘텐츠가 바로 TV가이드, 즉 방송 편성표입니다. 이처럼 한 번에 직관적으로 하루 방송 프로그램을 훑을 수 있는 수단은 신문이 유일합니다. 종합편성채널 시청을 권장하지 않는 경남도민일보는 종편 편성표는 넣지 않았습니다.


오늘 오전 11시는 헌법재판소 탄핵 판결이 있습니다. 대부분 방송사가 생중계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오늘 편성표에 있는 드라마나 생활정보 프로그램은 생략할 듯합니다. 그래서 편성표 상단에 보면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국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오늘 같은 경우에 해당하는 안내입니다.



경남도민일보 2017년 3월 10일 자 16면.


거듭 말하지만 신문 읽기는 취재기자·편집기자와 대화하는 과정입니다. 위 지면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편집기자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제발 이 지면 좀 봐주세요! 제발!


편집기자가 특정 기사를 돋보이게 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지면에 크게 배치하기도 하고, 제목을 키우거나 의도적으로 줄이기도 합니다. 일부러 읽기 불편한 장치를 둬 눈길을 묶기도 합니다. 그냥 네모 반듯하게 편집하면 훨씬 수월합니다. 애써 이런 방법을 동원하는 이유는 애정이겠습니다.


이런 기교가 효과를 거두려면 평범한 작업물이 늘 일정한 수준을 유지해야 합니다. 짜장면과 짬뽕이 맛 없는 중국집이 양장피 좀 만든다고 장사가 잘 될 리 없습니다. 비범이 돋보이려면 평범이 강해야 합니다.


신문에서 뭔가 다른 시도가 보인다면 눈을 더 가까이 붙이고 읽기를 권합니다. 편집기자가 어떤 의도로 이런 기교를 부렸는지 눈치챈다면 슬며시 웃음이 나올 것입니다. 그게 또 신문 읽는 재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