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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 좋아

[신짱](10)멀쩡한 제목을 왜 비틀었지?

'신짱'은 '신문 짱'을 줄인 말이 아닙니다. '신문 읽는 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부장 짱'을 줄인 말입니다. 2017년 3월 14일 자 경남도민일보입니다.


경남도민일보 2017년 3월 14일 자 5면.


이 지면에서 사진은 두 장입니다. 같은 사진이지만 사용 방법이 다릅니다. 어떤 차이가 보이십니까? 황새 사진에는 제목이 없고, 사진 찍는 학생 사진에는 '수선화와 찰칵'이라는 제목을 썼다는 것을 눈치챘다면 상당한 센스입니다. 이게 어떤 의미일까요?


제목이 없는 황새 사진은 이 사진이 '기사 일부'라는 뜻입니다. '어서와 마산 찾은 황새 남매'라는 기사를 보충설명하는 기능을 합니다. '수선화와 찰칵'이라는 제목이 붙은 어린이 사진은 그 자체로 독립 기사입니다. 우리는 '사진물'이라고 부릅니다.



경남도민일보 2017년 3월 14일 자 8면.


사진물 하나 더 보겠습니다. 역시 'LG전자 창원공장 씽씽'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옆에 설명이 이어집니다. 사진 밑 왼쪽 상단에 큰 글씨로 제목을 쓰고 작은 글씨로 설명을 씁니다. 글씨체는 일반 기사가 명조를 쓰는 것과 달리 고딕을 썼습니다. 이 정도가 사진물을 쓰는 문법입니다.



경남도민일보 2017년 3월 14일 자 16면.


느닷없이 사진 이야기를 꺼낸 계기는 오늘 16면입니다. 이 사진 어떻습니까? 일단 '한계를 넘다'는 제목이 붙었으니 분명히 사진물입니다. 관련 기사도 없지요? 독립적인 사진 기사 맞습니다. 그런데 앞서 소개한 사진물과 문법이 좀 다릅니다.


제목과 설명을 사진 밑이 아니라 사진 속에 썼습니다. 사진 배경인 눈비탈 경사에 맞춰 비스듬하게 편집했습니다. 게다가 제목은 명조 계열 서체를 썼습니다. 편집기자가 나름 기술(?)을 걸었습니다. 기술을 걸었다는 것은 좀 더 봐달라는 뜻입니다. 


저는 왜 이런 기술을 걸었나 싶어 사진을 더 들여다보고 나서야 선수 다리 한쪽이 의족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비튼 사진 제목과 설명이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테고 이 사진에서 드러난 도전 정신과 역동성을 눈치채지 못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