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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 좋아

[신짱](12)경남도민일보 대표 콘텐츠

※ '신짱'은 '신문 짱'이 아니라 '신문 읽는 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부장 짱'을 줄인 말입니다. 2017년 3월 16일 자 경남도민일보입니다.



경남도민일보 2017년 3월 16일 자 11면.


매체를 대표하는 콘텐츠가 있습니다. YTN-돌발영상, MBC-무한도전, 한겨레-파파이스 같은 식으로 말입니다. 경남도민일보를 대표하는 콘텐츠는 뭘까요? 이견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바튼소리'를 꼽습니다. 매일 시조 한자락 곁들인 600자 칼럼을 쓰는 전의홍 선생님을 2013년 인터뷰했습니다.


<경남도민일보> ‘바튼소리’ 쓰는 전의홍 칼럼니스트


인터뷰 끝에 '바튼소리' 형식을 그대로 본떠 헌사를 남겼습니다. 나름 왜 '바튼소리'를 경남도민일보 대표 콘텐츠로 꼽았는지 이유를 담은 글이라 따로 옮겨둡니다.




존경 버무림 흉내 이야기입니다. 경남도민일보 기자 다섯이 모여 <경남도민일보>를 비롯해 다른 신문 네 부를 한꺼번에 펼쳐놓습니다. 그리고 한 명이 경남도민일보에도 있고 다른 신문에도 있는 것들을 모두 빼자고 제안합니다. 나머지 기자 넷이 재밌겠다며 냉큼 신문을 펼쳐놓습니다. 그리고 1면부터 한 장씩 넘기며 형식이나 내용이 비슷한 것들을 뺍니다. 제목이 다를 게 없는 기사를 하나 뺐고요. 날씨 기사도 뺐습니다. 사설도 당연히 뺐고요. TV 편성표가 나온 판도 그대로 들어냅니다. 광고도 뺐고요. 이 신문에도 저 신문에도 다 들어 있는 기사들도 모질게 오려냅니다. 독자투고도 없는 신문이 없네요. 기자 한 명이 “이러다가 남는 게 하나도 없겠다”며 신문을 모조리 걷어치우려는 찰라, 기자 한 명이 손짓으로 막습니다. 그리고 작은 상자 기사를 가리킵니다. ‘바튼소리’입니다.



육백 자 글감옥에 앉아

‘친북좌파’ 스스로 칭하고

분수를 지켜 만족하고

조용히 살다 가겠다는

전도검(全刀劍)

매일 매서운 죽비소리




대부분 기자는 어쩌다 돌아오는 칼럼이나 취재노트 쓰는 것도 스트레스 받으며 버거워합니다. 바튼소리는 2000년부터 경남도민일보 여론면에 자리를 정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튼소리가 없는 경남도민일보를 상상하면 괜히 서글퍼질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처럼 매체를 대표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을수록 신문이 생존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믿습니다.



경남도민일보 2017년 3월 15일 자 11면.